개
diary


역시 개 새끼는 똥개 새끼가 제일 이쁘다.
2004년 1월 새해맞이 무등산 산행 중 약사사에 들렀다가 발견한 놈들. 원래 둘이 대가리 맞대고 밥 먹고 있었는데, 저 아래 식사 중이신 놈이 뒤에 앉아 있는 놈을 무자비하게 밀어내버리고 밥그릇을 독차지한 상황.
별다른 저항도 못해보고 밥그릇을 빼앗긴 놈이 어찌나 처량하게 쳐다보던지 안아주려고 했으나, 그순간 홀연히 나타난 스님 가라사대, '이놈들 옴 옮았으니 만지지 마시오' 하더라. 스님의 경고가 떨어지기 무섭게 나는 '스님, 안녕히 계세요'하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

나의 첫 디지털카메라 올림푸스 C-2000Z로 찍었다. 이 때만 해도 디지털카메라라는 말조차 낯설었던 때다. 사진 찍고 그 자리에서 LCD로 보여주면 사람들이 모여들고 우와우와 하던 그런 시절. 사진에 대한 관심보다는 하니리포터 취재활동을 위한 보조수단으로 장만하였다. 사진이라도 첨부해서 송고하면 기사채택률이 좀 올라가지 않을까, 그래서 원고료 수입이 좀 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사진이란 게 내 인생에 피와 살이 되고, 술과 밥이 될 줄은 하늘도 몰랐을 것 같다.
어떤 의도와 계획을 가지고 하는 일보다 하다보니까 원래 생각과는 다르게 되어 가는 게 더 잘 되는 경우도 있고 그런 게 삶의 우연성, 비규정성 같은 게 아닐까. 기어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전력하는 것도 좋은 일이다만, 일단 즐기면서 하다보면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재미난 결과가 생기기도 하는 거. 아, 또 쓸데 없는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