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10대들 님 좀 짱인듯
opinion

프랑스 10대들 님 좀 짱인듯

시위 사진이나 좀 보려고 르몽드 들어갔더니 메인에 도배돼 있다. ㅋㅋ


프랑스 10대들이 간만에(?) 거리로 나섰다. 몇년 전 최초고용계약법이라고-최초로 고용된 사업장에서는 맘대로 해고해도 된다는 개떡같은 법안- 사르코지가 장관 할 때 밀어붙였다가 학생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와 결국 철회된 재미난 일이 있었다. 10대 고등학생들이 한몫 단단히 했다고 들었는데.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도 비슷한 양상인 모양이다. 이번에도 사르코지가 연금개혁한다고 밀어붙이는 중이다. 정년을 연장해서 연금지급을 좀 미루겠다는 건데, 인민들의 저항이 꽤 뜨거운 것 같다. 파업하는 대학도 나오고, 1,200여개 고등학교가 집회에 참여하고, 경찰이 800개가 넘는 고등학교를 봉쇄하고 있다는.
얼핏 보면 연금법 개정이나 정년연장 같은 건 기성세대들 문제인데 왜 학생들이 난리냐 할지도 모르겠다. 더군다나 고등학생들까지 거리로 나온다니.(노조 같은 곳에서는 이젠 좀 마무리하자는 분위기인데 고등학생들이 더 불 붙고 있다는 소식도 있다)
프랑스 10대들의 생각은 복잡한 거 없다. 정년연장해서 더 일해야 한다는 것이 싫고, 게다가 가뜩이나 실업률 높은데 기성세대들이 더 오래 일하게 되면 우리 일자리가 없어지는 거 아니냐는 거다. 결국 자기들 문제라는 거다. 겁나게 프랑스스럽다.
한국은..... 헌법에 보장된 집회의 자유를 학생인권조례에 명시하려는 것조차 어른들이 난리를 치는 나라다. 젠장.

우석훈의 책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에 프랑스 대학생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쫄지 마, 안 죽어!'

이 말을 지금의 20대들에게 이해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성긴 사회'와 '촘촘한 사회'라는 개념을 사용해 보자.
유럽은 전통적으로 옵션이 많은 사회였다. 특히 20대들에게는 68혁명 이후로 많은 옵션이 주어졌다. 그래서 자기가 태어난 동네에서 자그만 카페를 차려 살아가는 것에서부터 기술자가 되는 것까지 모두 허용되었다. 물론 유럽의 20대들에게도 90년대부터 실업은 아주 풀기 어려운 문제가 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유럽 사회에서는 점점 삶의 방식을 다양하게 하고, 더 많은 복지 정책을 펴 이 문제가 폭발하지 않게 했다.
프랑스의 경우, 지금은 대통령인 사르코지가 내무부 장관이었을 때, 첫 번째 고용에 한해서 사업주가 언제든지 해고할 수 있는 '생애최초고용법'이라는 것을 시행하려고 했다. 이 때 프랑스의 우파 정치인들은 68혁명을 일으켯던 대학생들의 전통적 진법이 여전히 살아 있음을 깨닫게 된다. 당시 프랑스 대학생들은 "우리는 1회용 크리넥스 티슈가 아니다."라는 구호로 파리 전역에서 들고 일어났고, 결국 생애최초고용법은 철회되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보다 더 심각한, 아예 임금을 삭감하는 정책을 시행했는데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는 프랑스 대학생들이 한국 대학생들보다 더 용감하거나 진보적이어서가 아니다. 프랑스 대학생들이 한국보다 더 공동체적이며 많은 장치를 가지고 있어서도 아니다.
프랑스에서는 매년 대학생들이 학교와 전공을 옮길 수 있어서, 입학한 학교에서 반드시 졸업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한국식의 선후배 개념 자체가 아예 없다. 프랑스 대학생들이 경제적으로 더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절반 이상은 이미 부모에게서 독립해 살아가므로 대부분 학생은 정말 가난하다. 화장을 하거나 명품을 사 쓰는 대학생들이 프랑스에는 거의 없다. 대학생들 사이에서 경쟁이 한국보다 적은 것도 아니다. 들어가기는 쉽지만 나오기는 어려운 것이 유럽의 대학 시스템이다. 한국 대학에선 매년 자연스럽게 학년이 올라가지만, 프랑스에서는 평균적으로 매년 절반 정도의 학생들이 상급 학년으로 올라가지 못한다. 절대평가이기는 하지만, 교수들이 무척 까다로워 20점 만점에서 10점, 우리식으로 얘기하면 100점 만점에 50점을 받기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한 과목이라도 일정 점수에 미치지 못하면 상급 학년으로 진학하지 못하는 과락 제도도 있다. 따라서 이들이라고 덜 경쟁하거나 학업의 부담이 적은 것은 절대 아니다.
그러나 유럽의 경제는 한국에 비하면 더 많은 다양한 삶을 가능하게 한다. 이런 현실로 인해 감옥 한 번 갔다 왔다고, 대학에서 1년 유급됐다고 해서 인생이 끝날 정도로 엄청난 일이 벌어지지는 않는다. 유럽 대학생들은 중고등학교 때 한국과 달리 독서와 사색 그리고 토론을 충분히 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데, 그렇다고 그들이 한국 학생들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책을 많이 읽고, 개개인마다 엄청난 철학적 사색을 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프랑스 대학에는 한국과 달리 운동권이 탄탄하게 자리 잡고 거대한 좌파 블록도 조직되어 있을 거라고? 정치적 성향이 강한 학생 조직들이 분명히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학 내에서 학생 조직이 움직이는 것은 한국이 더 강하다. 최근 한국 대학에서 사회과학 동아리들이 망했다고 난리지만, 프랑스에는 일부 체육 관련 동아리를 제외하면 동아리 자체가 아예 없다.
따라서 유럽과 한국 대학생들의 상황이 다른 것은 실제로 그 나라의 경제 구조가 달라서다. 프랑스 대학생들도 지금 한국과 같은 스펙 경쟁 구조에 놓이면 별수 없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