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diary

10월 24일/사진 찍은 자는 최 고수

남의 집에서 남의 집을 들고 쳐웃고 있다. 그리고 그 '남'은 동일 인물.
박 고수가 산좋고 물좋은 곳을 찾아 집 짓는다는 소리를 들은 건 좀 오래된 일. 몇년 만에 드디어 집을 짓긴 지었다. 사람이 들어가 살기엔 턱없이 미니멀하고 깔고 앉으면 박살나는 우드락을 소재로 만든 집이긴 하다만. 집은 집이다. 실제 공사현장에서 저 모양이 어디까지 유지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고.
그러나 저러나 박 고수에게 저런 소년같은 면모가 있다는 점에 놀랐다. 성취감은 결과에서 오기도 하겠으나, 행복은 과정없이 올 수는 없을 것이고. 대충 박 고수가 실제 집을 지었을 때 느낄 행복감도 부럽긴 하겠다만 저 보잘 것 없는(?) 우드락 집을 지을 때 가졌을 행복감이 마냥 부럽고 아니꼽고 질투 나고 그런다.라고 하지만 축복하는 마음도 없진 않다. 그러니까 저 집이 내 집이 아니라는 점만 빼면 축복하지 않을 도리는 없을 터. 살다가 가끔 놀러 갈 수 있는 남의 집이 생긴다는 것도 좋은 일이다만.
아무리 그래도 중요한 건 내집이라는 거. 그렇다. 내집이라는 욕망. 그거 아주 중요하고 아름다운 거다. 집이 재테크가 되는 건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겠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