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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20은 민폐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민폐'란 민간에 끼치는 폐해다. 쥐20은 민폐다. 회의장 주변에서 집회시위를 금지한다는 위헌적 발상은 차라리 예상했던 거다. 얻는 것도 없으면서 되게 신경 써야 하고 돈은 돈대로 쓰고 시민사회로부터 좋은 소리도 못 듣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은 하라 해도 안한다는 쥐20 의장국을 넙죽 받아오더니, 민폐가 이만 저만 아니다.
원래 올해말 완공예정이었던 광화문 현판 복원은 광복절 행사와 쥐20 일정에 맞추느라 석달 앞당겨졌고, 결국 쥐20을 코앞에 두고 금이 가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공항 근처 음식물쓰레기처리장 가동을 중단하니까 인민들한테 음식물쓰레기 배출을 자제하란다. 쥐20 정상들이 지나가는 길에 악취가 나면 안된다고 그 난리다. 아니 그들이 무슨 오픈카 타고 퍼레이드라도 하냐 말이다. 듣자 하니 그 동네 평소에도 악취 때문에 민원이 많다고 하더만. 정작 주민들이 날마다 고통받는 악취에는 꿈쩍도 안하고, 쥐20 때문에 음식물쓰레기 내놓지 마라고 하는 배짱은 어디서 나오는 거냐. 폭주족 소년범들은 야간 외출조차 맘대로 못하게 한단다. 법원이 그들에게 외출제한명령을 내리도록 경찰이 6월부터 조치를 하고 있다고. ARS전화가 집에 오면 본인이 받아서 확인해야 한단다. 쥐20 기간 동안 폭주족들 막으려고 정말 애쓰신다. 광주에서만 경찰 1천명이 서울로 올라갔다는데. 쥐20 덕분에 광주에서는 음주운전 맘대로 해도 된다는 말까지 나온다.
쥐20 몇번 더 했다가는 전국민 용모검사까지 할 기세다. 아무리 독재하고 탄압하는 정부라도 이딴 식으로 민폐를 끼치는 정부도 매우 드물거다. 오죽하면 이런 생각까지 든다. 여기 저기 일부러 민폐를 끼침으로써 정작 중요한 쥐20의 의제들에 대한 관심을 분산시키려는 고도의 작전 아니냐 하는. 실제로 프레시안이나 한겨레 같은 언론에서조차 쥐20의 의제들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보도는 잘 안나오고 있다.

쥐20이고 나발이고. 그냥 니들끼리 화상회의하면 안되냐. 어차피 진짜는 밀실에서 따로 할거면서.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봐도 쥐20이 한자리에 모여야 하는 유일한 이유는 기념사진 찍는 거밖에 없는데 말이다. 기념품은 DHL로 보내면 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