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첫눈

광천동으로 들어서자 갑자기 하늘이 캄캄해진다. 주변은 밤인양 어둡다. 비가 내린다. 제법 굵은 빗방울. 아! 눈은 아니다. 첫눈은 아니다. 그냥 겨울비다. 문제는 나에게 우산이 없다는 거다. 버스에서 내렸다. 비는 더욱 퍼붓고, 간혹 눈인 것 같기도 하다. 빠르게 편의점을 찾는다. 뛰어들어간다. 일단 젖은 머리와 옷을 턴다.계산대에 있던 알바생이 묻는다. "눈 와요?" "아니요. 저건 비입니다" 알바생은 첫눈이기를 기대한 것 같다. 그럴 나이다. 실망한 듯 한 여자애의 얼굴을 보고, 슬며시 미소 짓는다. 우산 하나를 집어들고 값을 치른다.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만 어쩔 수 없다. 우산을 펼쳐 들고 걸어간다. 30미터 쯤 걸었을까. 주변이 좀 환해지는 듯 하다. 둘러보니 우산 쓴 사람이 안 보인다. 비가 그쳤다. 젠장. K 형을 만났다. 삼겹살을 굽고 소주 2병을 나눠 마신다. 밖에선 눈이 내린다. 확실히 비가 아니라 눈이다. K 형은 슬픈 눈으로 입을 연다. "첫눈 오는데 내가 너랑 술이나 먹고 있어야 하냐?" "술 먹자고 한 건 내가 아니라 당신이고, 첫눈 와서 술을 먹는 게 아니라, 술을 먹고 있는데 눈이 온거요" "씨발놈" 첫눈 내린 날, 죄 없이 욕을 먹었다. 그래도 좋은 날이다. 첫눈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