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후 생각
diary

음주 후 생각

이십대와 삼십대의 삶을 각각 돌아보니, 퍼뜩 드는 생각이 이렇다.

이십대에는 하나의 세계와 맞서고, 싸우고, 바득바득 살았던 것 같다.
삼십대에는 '세계'는 다양해졌고, 각각의 '세계'에 적응하느라 하루하루가 바쁘고 기괴하고 그랬던 것 같다.
이십대에 생각한 '나이 먹는다'는 건 좀더 '세계'에 능수능란해지는 거라 믿었는데, 실제 그 나이가 되어보면 서툰 인생에 익숙해져버리는 그런 게 되어버린 것 같고.
나는 아직 인생을 모른다만, 여전히 '즐거운 인생'을 꿈꾸고 있고. 인생이 뭔지는 몰라도, 즐겁게 인생을 살 권리는 있지 않냐고. 뭐 그런 주장은 잊지 않는다.
행복은 이 세계에도 있고, 저 세계에도 있다만, 불행 역시 그러하다. 행복은 지속적이지도 않고, 불행 역시 영원할 수 없는 법. 행복이냐, 불행이냐 하는 이분법은 되먹지 못한 것이고. 행복할 때 어떻게 즐길 것이냐, 불행할 때 어떻게 버틸 것이냐. 뭐 이런 방법론이 인생의 진짜 지혜가 아니냐 하는 생각이 삼십대 중반을 넘기고 있는 지금, 음주의 힘을 빌린 나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