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 표정 보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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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 표정 보는 재미

요즘 시간 나는대로 대가들의 공연실황을 감상중이다. 음악은 현장에서 듣는 것 이상은 없다고 생각하는 쪽이지만, 내 인생에 이런 대가들의 지휘를 현장에서 들을 날이 과연 올까 하는 게 또 현실이니까. 영상을 통해서라도 보고 듣는 게 어디야 하고 있다.

그런데 영상으로 감상하면 좋은 점도 있다. 일단 지휘자를 정면에서 볼 수 있다는 거. 공연장에서는 늘 지휘자의 뒤통수만 봐야하지만, 영상에서는 지휘자의 생생한 표정을 잡아주니까. 예식장에서 신랑신부 뒤통수만 보는 건 좀 재미 없는 것과 비슷한 그런거다. 지휘자마다 고유의 스타일이 있는 건 당연한데, 표정도 다 다르다. 거장중의 거장 클라우디오 아바도는 진지하다. 음악에 대한 그의 진지함이 그대로 지휘할 때 표정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 카라얀의 카리스마는 뭐 두말 할 필요가 없을 것이고. 반면에 사이먼 래틀은 장난기 가득한 표정이 드러난다. 그렇다고 그가 음악을 가볍게 한다는 건 결코 아니다만. 지휘할 때 표정은 참 다채롭다. 비틀즈와 함께 영국이 배출한 최고의 문화상품이라는 사이먼 래틀 아닌가.

위에 올린 영상은 2011년 베를린 필 송년음악회 Dances & Dreams 실황이다. 수석지휘자인 사이먼 래틀의 악동같은 표정이 참 재미있다. 에프기니 키신도 나오는데, 아 정말 괜히 피아노 천재가 아닌가 싶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키신의 피아노를 따라갈 수 있을까. 뭐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