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가라
diary

혼자서 가라

풍족한 생활이란 걱정 없이 원하는 만큼 소비하는 것이라고 믿게 되면 '좋은 삶'을 고민하는 시간은 희소해진다. 공동체가 소멸되어가는 대중사회에서 '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명제가 우리의 삶을 규정한지 오래다. 하지만 소비로 존재를 증명하는 방식으로는 행복을 유지하기 어렵고 스스로 내면을 느낄 수 없다. 소비는 얼핏 나를 위한 행위인 듯 보이지만, 사실 타인에게 보이기 위한 이타적 행위다.


욕심


나는 내 삶과 일상에 큰 불만이 없다. 하지만 갈수록 진중한 대화를 나눌 사람이 제한되고 있다는 사실이 무척 아쉽다. 같이 노는 사람들은 있어도, 함께 생각을 나누고 내면을 보여주며 때로는 격한 논쟁도 불사하는 그런 관계를 새로 맺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내가 가끔 외로움과 권태를 느끼는 까닭이다. 어찌되었든 사람은 관계 속에서 괜찮은 사람이 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오직 혼자서 갈 수 있는 사람만이 좋은 관계를 나눌 수 있고, 타인에게 공감할 수 있으며 더불어 좋은 삶을 고민할 수 있다. 행복과 좋은 삶이라는 건 항상 독립된 사람들이 공동으로 이루는 것이기 때문이다. 소비의 쾌락은 오롯이 혼자 느끼는 집착과 같은 것이다. 행복은 타인의 눈치로부터 자유로운 내가 타인에게 공감할 때 가질 수 있다.

숲속에서 묶여 있지 않은 사슴이

먹이를 찾아 여기저기 다니듯이

지혜로운 이는 독립과 자유를 찾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