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한 보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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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한 보복

아침에 씻고 나와서 뉴스를 보다가 문득 눈에 들어온 'SAMSUNG'. 아 재수 없어 하고 테이프를 뜯어서 발라버렸다. 내가 가진 물건 중 유일한 삼성 제품인 스마트TV. 물론 삼성 물건 안사려고 애쓴지 10년도 더 된 것 같은데, 이건 어쩔 수 없었다. 중고로 TV 사는데 싼 가격에 딱 필요한 기능만 있는. 가진 게 없으면 가끔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깐.

'무노조 경영' 하나만으로도 더러운 기업이구나 했는데, 삼성반도체 노동자들 백혈병에 걸려 죽어갈 때 산재신청조차 가로막고 돈으로 입막음하려 한 또 하나의 가'족같은' 기업 물건 따위 안사야지 했다. 그러다가 삼성 비자금 & 뇌물 사건 터졌을 때부터는 거의 본능처럼 '삼성' 이름 들어간 건 일단 거부감부터. 10년도 더 전에 런던 피카딜리 서커스의 대형 광고판에서 삼성 간판을 보고 '노조도 못만들게 하는 주제에...' 했던 기억도 있다.

사실 인민에게 끼친 실질적인 피해를 따지거나 우리가 감수하고 살아야 할 악영향을 생각하면 최순실이나 박근혜보다 삼성의 이건희, 이재용 그들을 모시는 가신들이 훨씬 더 악질인데. 이게 별로 티가 안난다. 한국사회 전체를 관리하고 기획하는 게 삼성이니까. 법조계나 언론은 물론이고 우리 역시 길들여져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재용은 일단 집에서 설날을 보낼 수 있게 되긴 했지만. 그래도 대법원 상고심을 기다려 보긴 해야겠다. 최소한 법대로 판결하는 법관이 정의로운 영웅이 되는 건 좀 우울한 일이 아닌가. 당연한 일이 칭송받는 일이 된다는 건 참 그 사회의 수준이 짠하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