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디스크
diary

하드디스크

2주일쯤 되었나. 영화 한편 보려고 노트북을 열고 외장하드를 연결했더니 '액세스할 수 없습니다' 메시지가 눈앞에 딱. 허걱. 바로 도스창 열고 chkdsk 명령어로 하드디스크 체크하고 재부팅했으나 안됨. 작년에 구입한 하드디스크 도킹스테이션에 500G 1개, 2T 1개를 꽂아놓고 사용중이었다. 500G 하드디스크는 파티션을 나눠서 한쪽에 영화 파일, 다른 쪽에 사진파일 저장. 2T 하드디스크에는 십몇년 동안 수집해온 음원들이 가득. 남은 인생 날마다 음악만 듣고 살아도 다 못들을 음원들. 그것도 무손실 파일로만 꽉꽉 채워두었던. 다행히 2T 하드는 정상작동했다. 500G 하드가 문제인데 처음에는 파티션 하나만 인식이 안되더니, 며칠 후엔 다른 파티션 마저 액세스 불가. 네이버에 구글에 온갖 검색엔진 동원해서 별의별 짓을 다 해보았지만 해결이 안됨. 그렇게 1주일이 흐르고. 결국 포맷하고 일단 파일복구하기로 결정. 500G 하드를 시원하게 포맷하고 무료 복구프로그램을 돌렸다. 어느 정도 파일은 건졌지만. 파일명도 제멋대로, 필요없어 삭제한 파일도 복구. 복구된 파일 정리하는 것도 중노동. 일단 그렇게 상황이 정리되는 줄 알았다. 그렇게 며칠이 흐른 어느날 밤, 노트북을 열고 긴장하며 외장하드를 켰다. 이번엔 2T 하드마저 액세스 안됨. 포맷하고 복구한 500G 하드도 또 말썽. 2T 하드마저 문제가 생기자 바로 시원하게 욕이 터져나오고. 이것만은 살려야 한다. 미친 듯이 다시 구글링. 윈도우10에서 권한 설정 어쩌고 해보라는 글을 보고 시도. 오오 살아났다. 하드에 접근이 되고 내가 정리해둔 음악장르별 폴더 목록이 쫙 펼쳐진다. 파일들도 정상. 휴~ 안도하고 잠자리에. 그리고 며칠 후 다시 외장하드를 연결했더니 또 액세스 안됨. 온갖 삽질을 다해보고 결국 모든 하드디스크 포맷. 아 이게 무슨 저주란 말인가. 살다살다 이런 일은 처음이다. 아주 오래전에 하드디스크 하나 고이 보낸 일이 있긴 했지만. 이런 식으로 귀식이 곡할 정도로, 그것도 하드디스크 2개씩이나 날리는 일은. 이건 도저히 내 능력으로 해결불가. 결국 나의 보물 음원마저 포기하고 포맷까지 하기에 이르렀지만, 인식은 되었다.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 어젯밤 또다시 모든 하드디스크에 접근이 안되는 일이 발생. 와 이건 정말 망치로 때려부수고 싶은 충동이. 잠깐 일었으나 나는 이성적이고 신중한 사람이니까.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백신프로그램으로 검사를 해봤다. 한번도 바이러스 따위에 감염되어본 적이 없어서 이 가능성은 아예 고려하지도 않았는데, 정말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검사결과는 멀웨어 4개 발견. 설마 했는데, 이 놈들이 내 외장하드를 더럽혔을 가능성이 의심되는 상황. 그런데 노트북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유독 외장하드만 그 난리를 쳤는데. 일단 백신프로그램으로 치료를 하고. 다시 모든 하드디스크 포맷. 파일 몇 개 다운받아서 저장해보고. 오늘 아침 일어나자마자 다시 노트북 켜고 확인. 하드디스크 정상. 오늘 집에 가서 다시 노트북 켰는데 또 안된다면 그땐 정말 망치를 집어들 생각이다.

그건 그렇고. 2T 하드에 가득한 음원파일을 포기한 것은 역사적인 일이다. 물론 데이터복구 업체에 의뢰하면 거의 살릴 수도 있었고, 무료 복구프로그램 돌려도 되었지만. 나는 그냥 포기했다. 십몇년을 공들인 파일들이지만, 사실 수집에 집착했을 뿐 감상은 뒷전이었다. 그리고 음원 스트리밍서비스를 이용해도 크게 아쉬울 것도 없고. 요즘엔 무손실 음원도 스트리밍 되는 세상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