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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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당

7월27일 정의당에 당비 납부하는 당원이 되었다.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말로만 지지한 것이 미안하고 미안해서 이거라도 해야겠다 싶었다.


중앙당에서도 이제서야 좀 충격과 슬픔을 추스리는 것 같다. 오늘 집 우편함에 커다란 봉투 하나가 들어 있었다. 발신인은 정의당. 알 수 없지만 떨리는 마음으로 봉투를 뜯었다. 이정미 대표의 편지가 적힌 엽서와 신입당원 가이드북이 들어 있다. 이정미 대표의 편지글을 읽으면서 또 가슴이 먹먹해진다. 나의 첫 당적이었던 민주노동당에 가입할 때에는 설레고 들떴다. 내 삶을 바꾸는 일이라는 생각이 가득했다. 잠시나마 당 활동가를 직업으로 삼기도 했다. 그런 열정과 뜨거움은 이제 없다. 나도 나이가 들었고, 내 입 하나 건사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살다보면 의식과 생각은 바뀌고, 형편과 생활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그래도 나는 '할 수 있는 건 하고 살자'는 생각은 버리지 못했다. 이게 가끔은 더 할 수 있는 일을 여기까지라고 멈추게 하는 비겁함을 현실이라는 이름으로 위장하기도 하지만. 뭐 그것도 나의 선택이니 그냥 모른 척 하고 살아간다.

여하간 당원으로서 나는 당비 납부하는 것으로 입 닦고 끝내지는 않으려고 한다. 지역위원회에서 교육이나 행사가 있으면 가끔은 나가보려고 한다. 적극적으로 몸을 던지지는 않겠지만, 발 하나는 살짝 걸쳐보려고 한다. 미안함은 감정에서 끝나지 않고, 실천의 변화가 있을 때 재발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천천히 신입당원 가이드북을 읽다가 슬그머니 웃음이 새어나왔다. 정의당 당원이 가질 기본 에티켓, 이건 나의 가치관과 완벽하게 일치하지 않은가! 정당에게는 정책과 강령이 중요하다. 지지 정당을 선택하는 데에도 나의 계급적 이익에 부합하는 그런 걸 강조하는 편인데, 고작 '에티켓' 따위가 나를 감동시켰다. 진보는 국회의사당이나 청와대는 물론이고 생활 속에서 실천되어야 하는 것. 과거 민주노동당의 '운동권 문화'를 많이 벗어난 것 같아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