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참사

    세월호가 거치돼 있는 목포신항과, 팽목항(진도항)에 다녀왔다. 크리스마스라서 나같은 사람 거의 없을 줄 알았는데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기억'을 잊지 않고 있다. 세월호는 아직 끝나지 않았으므로.'세월호'는 그 자체로 참사이고, 우리가 기억하고 기억해야 할 가슴 아픈 사건이다. 정치의 무능력과 배신을 다시 한번 체험하고, 그들은 결코 우리 편이었던 적이 단한번도 없었다는 사실을 또다시 깨우치게 되었다. 2014년 4월 16일의 세월호는 우리에게 거대한 각성의 아픔이다. 하지만 '세월호'는 그 날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몇년간 청소년 사망원인 1위는 '자살'이라는 사실에도 '세월호'는 있다. '사고'나 '재난' 때문에 우리 곁을 떠나는 것보다 꽃다운 나이에 스스로 생을 ..

    기억

    2007년 1월 2일 자꾸 상기하지 않으면 잊는다. 쉽게 잊혀지지 않아야 할 것들을 위하여. 기어이 마주 보고, 술잔 부딪힌다고 다 되는 거 아니다. 내 앞에 없어도 된다. 그대 마음 그대로. 그대가 간직한다면, 그걸로 된다. 그대 마음, 그대가 가장 잘 알듯이, 내가 그 마음 안다면 되는 거다. 걱정이다. 내가 아는 그 마음, 내가 잘못 알고 있으면 어쩌나. 괜찮다. 나의 잘못조차 그대는 너그럽게 받아주겠지. 나의 배려보다는 그대의 너그러움으로 우리가 좀더 대면하기를. 그래서 나는 기억한다. 잊지 않으려고 애쓴다. 자꾸 우리 기쁜 날들을 추억한다. 우리 잊혀질 날을 하루라도 늦출 수 있다면, 기억해야 한다.

    점빵

    어렸을 적 명절이 되면 아이들은 풍족했다. 멋쟁이 삼촌은 언제나 아이들 앞에 '종합과자선물세트'를 턱 내놓았다. 소란을 막기 위해 할머니는 직접 상자를 열고 나이순으로 과자를 하나씩 분배해주었다. 이 과자를 다 먹고 아이들은 '점빵'으로 달려갔다. 도시처럼 다양한 과자가 있을 리 없지만, 명절을 맞이한 아이들에게 그런 건 고려사항이 되지 못했다. 아이들에게 '점빵'은 도시의 백화점 못지 않았다. '점빵'에서는 늘 막걸리 냄새가 풍겼다. '점빵'이라는 단어를 접할 때면, 나는 아련한 막걸리 냄새를 맡는다. 이제는 명절이라고 '종합과자선물세트'를 기다리지도 않고, 동전을 쥔 채 '점빵'으로 달려가지도 않는다. 이런 사진을 꺼내 보지 않았다면, '점빵'이라는 단어와 그로부터 추억되는 나의 과거는 뇌 한 구석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