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눈물

    어진간한 신파 멜로에 눈물을 빼진 않는다. 아주 어렸을 때 TV 드라마를 보다가 엉엉 운 적이 있다. 수년간 잃어버렸던 자식들을 찾은 엄마가 아주 오열을 하는 그런 장면인데, 지금도 생생하다. 드라마가 워낙 최루성이기도 했으나, 결정적으로 옆에서 엄마가 운 것이 컸다. 엄마가 TV 보다가 우니까 어린 나도 울었다. 그 이후로 드라마나 영화를 보고 운 일은 거의 없다. 좀 어이없게도 영화 를 보고 펑펑 울긴 했다. 이성재랑 고소영이랑 나오는 영화인데, 어렵게 기적처럼 임신한 아이가 무뇌증에 걸려 태어난지 하루 안에 죽는다는 걸 알고도 낳는다는 좀 뻔한 신파다. 신생아실 유리벽을 사이로 곧 죽을 아이를 보며 웃음 짓지만 얼굴은 눈물 범벅인 이성재와 고소영. 나도 같이 울었다. 씨바. 그 뒤로는 그렇게까지 눈..

    중경삼림

    "살다보면 낙담에 빠질 때가 있다. 가슴이 아프면 나는 자전거를 탄다. 한참 정신 없이 타다 보면 몸 속의 수분이 빠져나간다. 그러면 더이상 눈물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영화 에서 '경찰 223'(금성무)의 대사 패러디- 을 처음 본 게 1995년 비디오방에서다. 수업을 제끼고 갔나, 공강시간에 갔나 기억나진 않지만, 보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던 건 분명하다. 그 땐 금성무나 양조위나 '찌질한 녀석'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그런데 반감은커녕 보면 볼수록 공감되는 찌질함. 살면서 누구나 찌질해지는 때가 있는 법이니까. 어쩌면 자신이 찌질하다는 걸 모를 때가 가장 아름다운 시절일지도 모르겠다. 최소한 자기 감정에 솔직하게 살고 있는 것이니까. 나의 구체적 현실이었다면 찌질하기 이를 데 없는 모..

    미리 우는 사람

    눈물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짐작했겠지만, 기쁨의 눈물과 슬픔의 눈물. 하지만 기쁨의 눈물에도 근원에는 진한 슬픔이 묻어 있다. 찬란한 기쁨을 맛보기 위해 겪어야 했던 모든 패배와 좌절, 실망, 괴로움, 번뇌, 희생, 상실, 불안 등이 없다면 기뻐서 흘리게 될 눈물은 없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가 흘리는 눈물에는 그저 기쁨만 있는 것이 아닌거다. 당연하게도. 로또 1등에 당첨되었다고 해서 기쁨의 눈물을 흘릴 사람은. 글쎄 거의 없지 않을까 싶다. 모든 눈물에는 슬픔이 있다.라고 나는 생각한다. 가장 가슴 찌릿찌릿하게 만드는 눈물은 미리 울어서 흘리는 눈물이다. 미리 우는 사람을 두번 본 적이 있다. 미리 울고 있는 사람의 마음을 백만분의 일만 헤아리더라도 가슴을 찌르는 송곳을 피할 길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