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킬

    <어느날 그 길에서>-도로의 폭력성 고발

    나는 동물을 특별히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애완동물에 대한 관심도 없다. 그런데도 로드킬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를 꼭 보고 싶었던 까닭은 도로에 투영돼 있는 인간문명의 폭력성을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도로에서 죽임을 당한 동물들의 수는 상상을 뛰어넘는다. 연구팀 3명이 120km 길이의 도로에서 3년여간 확인한 로드킬은 5천건이 훨씬 넘는다. 전국의 고속도로 3000km를 이틀 동안 다니면서 발견한 로드킬은 무려 1천여건. 한국의 도로가 총연장 10만km에 달한다고 하니 확인되지 않은 로드킬의 수는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황윤 감독은 평소 보고 싶었던 동물 친구들을 도로에서 다 볼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은 생명을 빼앗긴 뒤였다. 도로를 건너다 차에 치어 의식불명에 빠진 삵을 연구팀이 발견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