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만 감사히

    노땡큐

    나는 가끔 A선배와 소주 한잔 나누는 걸 좋아한다. 그나 나나 그리 수다스러운 편은 아니다. 특히 A선배는 1분 이상 말을 지속하지 않을 정도로 '과묵'하다. 둘 사이에 화수분처럼 이야기 소재가 무궁무진한 것도 아니다. 둘이 공감할 만한 소재라고는 한때 음악 매니아였던 A선배에게 라디오헤드가 어떻고, 그린데이가 어떻고, 니르바나가 어떻고 하는 것 뿐이다. 그것도 깊이 있는 음악평론은 꿈도 못 꾸고, 그냥 아는 곡 이름이나 들이대고, 커트코베인의 죽음이 자살이냐, 타살이냐 하는 시시껄렁한 이야기들이다. 정리하면 술자리에서 떠들썩하거나 종종 웃음을 터뜨리는 재미 따위는 거의 기대하지 않는. 뭐 그런 '썰렁한' 분위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가끔 A선배에게 '소주나 한잔 합시다'라고 전화한다. A선배에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