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혼자서 가라

    풍족한 생활이란 걱정 없이 원하는 만큼 소비하는 것이라고 믿게 되면 '좋은 삶'을 고민하는 시간은 희소해진다. 공동체가 소멸되어가는 대중사회에서 '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명제가 우리의 삶을 규정한지 오래다. 하지만 소비로 존재를 증명하는 방식으로는 행복을 유지하기 어렵고 스스로 내면을 느낄 수 없다. 소비는 얼핏 나를 위한 행위인 듯 보이지만, 사실 타인에게 보이기 위한 이타적 행위다. 욕심 나는 내 삶과 일상에 큰 불만이 없다. 하지만 갈수록 진중한 대화를 나눌 사람이 제한되고 있다는 사실이 무척 아쉽다. 같이 노는 사람들은 있어도, 함께 생각을 나누고 내면을 보여주며 때로는 격한 논쟁도 불사하는 그런 관계를 새로 맺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내가 가끔 외로움과 권태를 느끼는 까닭이다...

    고독

    고독은 적어도 두 가지가 있다. 홀로 있을 때 느끼는 고독과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느끼는 고독. 후자의 고독은 가슴을 찌르는 송곳이지만, 전자의 경우에 나는 자유로움을 느낀다. 이 때 고독은 단순히 외로운 것이 아니라 홀로 있음의 자유를 즐기는 것은 아닐까. 고독은 관계의 단절이 아니라, 때로는 관계의 성숙이기도 하다. 모든 것이 맞닿아 있다면, 고독은 고통과는 다른 것이리라. - 남전대장경(南傳大藏經)의 시경(詩經) 中 - 서로 사귄 사람에게는 사랑과 그리움이 생긴다. 사랑과 그리움에는 괴로움이 따르는 법. 연정에서 근심 걱정이 생기는 줄 알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숲속에서 묶여 있지 않은 사슴이 먹이를 찾아 여기저기 다니듯이 지혜로운 이는 독립과 자유를 찾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욕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