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여름을 보내며

    겁나게 무더웠던 지난 여름을 돌이켜보니 드는 생각. 에어컨의 편의성을 누리며 여름을 버티긴 했지만, 에어컨에 감사하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다. 반면에, 구워 삶을 듯 내리쬐는 태양열을 가려주는 나무 그늘에, 땀에 흠뻑 젖은 내 몸에 불어오는 숲의 바람에 감사하고 고맙다는 생각은 종종 했던 것 같다. 습기와 더위를 순식간에 날려주는 에어컨 바람에 마냥 기분 좋았던 적은 없는 것 같다. 나무 그늘에 앉아 있어도 여전히 무덥고, 숲 속에서 바람이 불어도 온몸의 끈적거림은 떨어지지 않지만 기분 만큼은 좋았다. 입을 틀어막아도 '아, 좋다'는 말이 튀어나올 정도로. 조건 없이, 상대를 가리지 않고, 아낌없이 주는 것들로부터 느낄 수 있는 행복감. 그런 것이지 않을까. 집에 오는 길 선선한 밤바람에 감사하며 오는 ..

    고마운 사람들

    첫 직장을 그만 둔 이후 내가 했던 일들은 거의 대부분 주변 지인들의 제안과 알선 덕분이었다. 첫 직장은 내 힘으로 들어가서 내 발로 나왔다. 그리고 첫 직장을 그만 두게 된 계기부터 해서, 지금까지 내가 했던 돈벌이들은 다 남들 덕분이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고 보면 나는 순전히 백수로만 지냈던 시절은 거의 없었다. 대학을 졸업하던 해에, 꿈으로 삼았던 신문사 공채를 준비했고, 낙방하자 바로 첫 직장을 구했다. 어느날 지인 A가 모 종합일간지 지역주재기자로 나를 추천해주겠다 하였는데, 권한 있는 사람의 말 한마디에 기회는 날아갔다. 그 즈음 지인 B의 알선으로 다른 일을 하게 되었고, 그 일을 그만 두고 역시 지인 C의 추천을 받고 지원한 모 신문사에 최종합격하였으나, 뭔놈의 배짱이었는지 가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