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하지 말 것

    생태주의나 사회주의에 관심이 있다고 해서 생태주의자나 사회주의자로 살 필요는 없다. 이념과 사상이 타인에게 과시하는 스타일이 되는 것은 좀 얄미운 일이지만, 반드시 삶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도 좀 그렇다. 이념과 사상이 삶이 되는 것은 스스로에게 근사한 일이고 타인에게 존중받을 일이다. 하지만 꼭 모두가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한다면, 그러한 이념과 사상이라면 난 도망가련다. 난 그렇게 이념과 사상에 충실한 삶에는 흥미도 없고 자신도 없으니까. 이념이 삶이 되는 것과 삶이 이념이 되는 것은 좀 다른 것이지 않나. 그런 생각도 좀 들고. 오랜만에 박홍규 선생의 근황을 기사에서 보았다. 긴 인터뷰를 꼼꼼히 읽으면서 '역시 박홍규!' 했다. 누구의 삶이든 존중받을 자격이 있지만, 존경받을 수 있는 삶은 흔하지 않..

    무엇을 유보할 것인가?

    "살고 싶은 삶을 언제까지 더 유보하면 홀가분하게 밥그릇으로부터 자유로워질까?" -소설 中- 자본주의적 생산 시스템은 행위와 행위결과를 분리시키고, 주체와 객체를 분리시킨다. '살고 싶은 삶'은 언제나 '밥그릇'과 분리된다. 단순히 괴리되는 것이 아니라 심각하게 충돌하고 갈등한다. 대부분 '밥그릇'이 아닌 '살고 싶은 삶'을 유보하지만, '밥그릇'에 대한 삶의 종속은 점점 강화된다. 자본이 노동자의 '밥그릇'을 강력히 통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자본은 노동자의 '밥그릇'에 의존한다. 우리가 '밥그릇'을 유보하고 '살고 싶은 삶'을 선택하는 순간, 긴장하고 분주해지는 쪽은 자본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유의 전복만큼 현실은 술술 풀리지 않는 법. 이게 문제라는 거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