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하지 말 것
opinion

정하지 말 것

생태주의나 사회주의에 관심이 있다고 해서 생태주의자나 사회주의자로 살 필요는 없다. 이념과 사상이 타인에게 과시하는 스타일이 되는 것은 좀 얄미운 일이지만, 반드시 삶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도 좀 그렇다. 이념과 사상이 삶이 되는 것은 스스로에게 근사한 일이고 타인에게 존중받을 일이다. 하지만 꼭 모두가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한다면, 그러한 이념과 사상이라면 난 도망가련다. 난 그렇게 이념과 사상에 충실한 삶에는 흥미도 없고 자신도 없으니까. 이념이 삶이 되는 것과 삶이 이념이 되는 것은 좀 다른 것이지 않나. 그런 생각도 좀 들고.

오랜만에 박홍규 선생의 근황을 기사에서 보았다. 긴 인터뷰를 꼼꼼히 읽으면서 '역시 박홍규!' 했다. 누구의 삶이든 존중받을 자격이 있지만, 존경받을 수 있는 삶은 흔하지 않다. 나는 박홍규 선생의 삶을 존경하고 한편으론 부럽고 그렇다. 하지만 그렇게 살겠다고 할 생각은... 그럴 용기는 나에게 없다. 그 만큼의 신념을 나는 가져본 적이 없다. 좌파 쪽에 가면 우파스럽고, 우파 쪽에 가면 좌파스러운 그런 유형이다. 나에게는 또 나의 조건과 삶이 있으니까. 나는 그런 사람이다.

나이 들면서 결심한 것 중에 하나가 정해놓지는 말자는 것. 살다보니 정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미리 정해놓고 살지는 말자. 이런 이념(?)으로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