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엄마의 옷

    얼마 전 엄마의 전화. 간단한 안부가 오가고 엄마는 참 어렵게 말을 꺼냈다. 멋쩍은 웃음과 함께 엄마가 한 말은, "계모임에서 놀러가기로 했는디야. 엄마가 옷이 딱히 없이야. 허허허. 긍게 근디야... 니 카드로 옷 하나 사도 되냐?" 나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사시라고 했다. 싼 거 사지 말고 마음에 드는 걸로 비싼 거 사시라고 했다.10년도 전에 아무 때나 쓰시라고 카드를 하나 드렸다. 처음 몇년 동안 결제문자 하나 받지 못했다. 시시때때 카드 쓰시라고, 맛있는 것도 사드시고 옷도 사시라고 설득도 하고 화도 내고 그랬다. 그 결과 부모님은 집 앞에서 순대국밥이나 뼈해장국을 사드시곤 했다. 결제금액 1만4천원. 그조차 1년에 다섯번을 넘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2,3년 전부턴가 가끔 동네 마트에서 결..

    현금카드 한장

    방에서 안경을 벅벅 닦고 있었다. 아빠가 부른다. 귀찮다는 듯 안경을 닦으면서 '왜요?'하고 갔다. 아빠는 현금카드 하나를 나에게 내밀었다. 그걸 보자마자 '아따 됬당게요' 하는 말이 튀어나왔다. 얼마 전에도 한번 그랬던 적이 있다. 엄마가 없을 때 아빠는 나에게 현금카드를 내밀었다. -돈 필요할 때 꺼내 써라. 비밀번호는 알지잉? 아빠 차 번호. -돈 필요 없는디. -그래도 먹고 싶은 거 있으믄 사 먹어야제. 교통비도 하고. -아따 내가 돈 쓸 일이 뭐가 있당가. 필요 없어라우. -아따 그래도 그게 그것이 아니제. 안 써도 됭게 그냥 갖고 있어라. -됐어라. 그렇게 나는 퉁명스럽게 거절하고 아빠를 피해버렸던 적이 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엄마가 없을 때 아빠는 다시 현금카드를 내밀고 있다. -아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