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

    윤리

    "실제로 자동차라는 물체는 대상에 대한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실감을 상당히 빼앗아버린다. 자동차의 외피를 이루고 있는 얼마간의 고철덩어리와 바퀴라는 매개물은 대상과의 접촉을 가로막고 둔화시키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동차가 달리는 동안 창 밖의 공간은 살해되고, 그 공간 속에서 살해되는 존재들에 대해서 자기도 모르게 무심해진다. 맨발로는 차마 밟고 지나갈 수 없는 생명체의 주검을 바퀴로는 얼마든지, 아무 감각 없이, 뭉개고 갈 수 있지 않은가. 그런데 이 실물감의 둔화나 마비가 곧 윤리적인 감각의 둔화로 이어진다는 데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일단 운전대를 잡고 도로에 나서면 프로그래밍된 기계 속에 앉아 있는 것처럼 누구도 그 무의식적인 살해의 속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2008년 5-6월호 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