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엄마 반찬

    퇴근하고 마트에 들렀다. 오늘은 부모님 집에 가기로 한 날. 과일이라도 사가려는데 과일값 왜 이렇게 비싸냐. 귤은 무슨 금귤이고, 잠깐 망설이다가 딸기 한 상자 들고 나왔다. 오늘도 엄마는 반찬을 한가득 싸놓았다. 예전에는 집에 갈 때마다 엄마랑 옥신각신 했다. 나는 반찬 해놓지 마라고 하고 엄마는 부득부득 하나라도 더 챙겨넣었다. 아빠는 또 옆에 서서 저것도 주고 이것도 주라고 냉장고를 다 털 기세로 거든다. 자꾸 이러면 집에 안온다고 엄포를 놔도 무소용. 나는 알아서 잘 먹고 사는데 왜 사서 고생이냐고 했지만, 엄마는 항상 반찬을 해놓고 나를 기다렸다. 몇년 전부터 마음을 바꿔먹었다. 주면 주는대로 받아오기로. 이건 설득할 일이 아니라, 그냥 받아들여야 할 일로 생각하기로. 모성이 아무리 설득한다고 ..

    엄마의 옷

    얼마 전 엄마의 전화. 간단한 안부가 오가고 엄마는 참 어렵게 말을 꺼냈다. 멋쩍은 웃음과 함께 엄마가 한 말은, "계모임에서 놀러가기로 했는디야. 엄마가 옷이 딱히 없이야. 허허허. 긍게 근디야... 니 카드로 옷 하나 사도 되냐?" 나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사시라고 했다. 싼 거 사지 말고 마음에 드는 걸로 비싼 거 사시라고 했다.10년도 전에 아무 때나 쓰시라고 카드를 하나 드렸다. 처음 몇년 동안 결제문자 하나 받지 못했다. 시시때때 카드 쓰시라고, 맛있는 것도 사드시고 옷도 사시라고 설득도 하고 화도 내고 그랬다. 그 결과 부모님은 집 앞에서 순대국밥이나 뼈해장국을 사드시곤 했다. 결제금액 1만4천원. 그조차 1년에 다섯번을 넘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2,3년 전부턴가 가끔 동네 마트에서 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