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유예

    존경

    #1 나는 김대중을 찍지 않았다 1997년 12월 18일, 한국의 15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날이다. 그 때 나는 대한민국 육군 일등병 신세. 군인들은 선거날 전에 부재자 투표를 한다. 어느날 오후 중대 막사에는 행정병과 경계근무병 등 최소한의 인원만이 남아 있었다. 다들 부재자 투표하러 버스 타고 떠났다. 나는 행정병도 아니었고, 경계근무도 없었는데 그 버스에 타지 못했다. 선거권이 없었다. 집행유예 기간 중이었기 때문. 생애 처음으로 대통령 후보에게 표를 던질 수도 있었던 날, 나는 그렇게 고참 하나 없는 내무반에서 홀로 왕고처럼 삐댔다. 그런데 만약 내가 선거권을 박탈당하지 않았다면, 김대중을 찍었을까? 아니다. 나는 국민승리21이라는 좀 뜨악한 이름을 달고 나온 권영길 후보에게 내 생애 첫 투표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