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첫눈

    첫눈이 내렸다. 늘 그렇지만 예상치 못한 첫눈이다. 영광에서 문상하고 광주로 돌아오는 길. 왁자지껄한 차 안에서 나 혼자 첫눈이야 첫눈이라고 하면서 황홀경에. 운전해야 해서 느긋하게 첫눈 구경하지는 못했지만. 좋다. 그리고 다행이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첫눈을 볼 수 있어서. 모두 달리는 차 안에 있었다는 게 좀 아쉽다만. 신호에 걸려서 정차중에 겨우 몇컷 찍었는데. 찍어놓고 보니 아 차가 너무 더럽구나. 세차를 하긴 해야 하는데, 귀찮다. 너무 귀찮다. 아파트 놀이터에 쌓인 눈. 아무도 밟지 않았다.

    첫눈

    광천동으로 들어서자 갑자기 하늘이 캄캄해진다. 주변은 밤인양 어둡다. 비가 내린다. 제법 굵은 빗방울. 아! 눈은 아니다. 첫눈은 아니다. 그냥 겨울비다. 문제는 나에게 우산이 없다는 거다. 버스에서 내렸다. 비는 더욱 퍼붓고, 간혹 눈인 것 같기도 하다. 빠르게 편의점을 찾는다. 뛰어들어간다. 일단 젖은 머리와 옷을 턴다.계산대에 있던 알바생이 묻는다. "눈 와요?" "아니요. 저건 비입니다" 알바생은 첫눈이기를 기대한 것 같다. 그럴 나이다. 실망한 듯 한 여자애의 얼굴을 보고, 슬며시 미소 짓는다. 우산 하나를 집어들고 값을 치른다.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만 어쩔 수 없다. 우산을 펼쳐 들고 걸어간다. 30미터 쯤 걸었을까. 주변이 좀 환해지는 듯 하다. 둘러보니 우산 쓴 사람이 안 보인다.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