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세량지

    썰물 빠지듯 친척들이 물러간다. 집안 청소를 얼추 끝내고, 채비를 서두른다. 포충사? 세량지? 한번도 안 가본 세량지가 끌린다. 페달을 밟는다. 광주대를 지나서 남도학숙 방향으로 달린다. 칠구재 터널을 지난다. 길이 500미터다. 갓길이 없는 터널 안은 무섭다. 자동차 안에 있는 사람들은 잘 모른다. 터널 안을 찢어 놓을 듯한 굉음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핸들바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빠앙~' 뒤에서 오던 자동차가 경음을 울리며 자전거 옆을 순식간에 지나간다. 차 지나가니 주의하라는 선의로 이해하고 싶다. 하지만 나는 놀라서 휘청거렸다. 욕이 절로 나온다. 자동차의 사소한 움직임만으로도 라이더의 생명은 왔다갔다 할 수 있다. 자동차 안에 있으면 그 사실을 잘 모르거나 쉽게 잊어버린다. 네덜란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