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상심

    2007년 8월 27일 시인 정호승은 이런 시를 썼다. "인생은 나에게 술 한잔 사주지 않았다" 시인은 '빈 호주머니 털털 털어 몇 번이나' 인생에게 술을 사주었으나, 인생은 시인을 위해 단 한번도 술을 사주지 않았다. 왕년에는 그랬다. 술 한잔이 달콤했고, 오가는 술잔에 정을 담았으며, 거나한 취기에 감히(?) 혁명을 입에 올리기도 했다. 술은 로맨티스트를 낳았고, 혁명가를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술은 한낱 술에 불과하다는 사실. 술은 전혀 로맨틱 한 것이 아니고, 더군다나 혁명의 도구도 아니었다. 아! 술은 단 한번도 나의 마음을 달래준 적이 없다. 오히려 음주의 뒤끝은 늘 민망하고 미안하며, 허무하다. 이 짓을 얼마나 더 거듭하면, 취기에 흔들리지 않는 평상심을 유지할 수 있을까.

    부끄럽지 않기 위하여

    부끄럽지 않기 위하여 2004년 10월 8일 늘 그럴 모양새다. 잘 살고자 하는 마음자세는 별 다를 바가 없으니. 그러나 자세를 따르고자 하는 의지는 늘 쉽지 않은 것임을. 기쁠 때 자세를 평상심으로 이끌 수 있는 의지는 간단한 것이 아니다. 그냥 그렇게 사는 것은. 마음이 마음 가는대로 사는 것은 사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정작 어려운 것은 마음이 마음 가는대로. 그 마음의 정체를 아는 것. 내 움직임이 가는 그 마음의 방향. 그 지향. 그 가치. 그것을 아는 것. 그게 정작 어려운, 궁극적인, 본질적인 그것이다. 술기운에 빌린 맹렬한 용기는 생활에서 일상으로 범하는 비겁함보다 미천하다. 부끄러움의 끝은 멀지 않았다. 다만, 그 끝을 아는 것, 그 끝의 힘듦을 아는 것. 오로지 그것만이 부끄러움을 면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