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 손상

    이젠 안녕, H!

    H에게 내가 너를 만나고 알게 된지 참 많은 시간이 지났다. 첫만남은 늘 그렇지. 티끌 하나 없이 순정한 마음으로 서로를 대할 수 있다는 것. 첫만남은 그렇게 숭고함마저 느껴졌지. 많은 일들이 있었어. 너와 함께 영화와 음악을 즐길 수 있었지. 졸필이나마 여기저기 글을 남기는 일도 네가 없었다면 많이 힘들어졌을거야. 그렇게 많은 일들을 너와 함께 겪어내고, 너로 인하여 내가 즐겁고, 너로 인하여 내가 울기도 했지. 그런건가봐. 시간이 지나면 많은 것들이 익숙해져. 익숙해지는 만큼 관계의 깊이도 성숙해지면 좋으련만. 그게 쉬운 일이 아니야. 익숙함은 막연한 믿음을 잉태하지. 믿음이 막연하다는 건 무턱대고 믿어버린다고 생각하는 거야. 믿음은 실로 지극한 정성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라는 사실을, 익숙해지면 잊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