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그 남자, 노무현

2000년 노무현.
지역감정을 타파하겠다며 '당선 안정권'을 포기하고 부산에서 출마한 그 남자.
많은 사람들이 그의 '순교'에 감동을 받았다.
나? '지역감정'이라는 이데올로기로부터 의미 있는 계급적 이해를 발견하지 못한 나는 노무현에 관심 없었다.

2002년 노무현.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그 남자.
유례 없는 '팬'들의 성원과 특유의 감성정치술로 한국의 대통령이 된 그 남자.
어느 대선후보 방송토론장에서 노무현은 구체적인 수치와 통계를 또박또박 대면서 유려한 말솜씨를 뽐냈다. 하지만 말 잘한다고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 건 아니니까. 수치 잘 외우는 것이 대통령의 중요한 자질인 것도 아니다.
여하간 그는 한국의 대통령이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 남자에게 '기대'라는 걸 걸었던 모양이다.
나? 노무현과 그의 물적, 정신적 정치기반에 대한 신뢰를 갖지 않았다. 노무현과 이회창 사이의(당시 민주당과 한나라당 사이의) 정책적 차이를 찾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고. 아주 나쁜 놈과 많이 나쁘지는 않은 놈 중에서 선택을 하라면 나는 기권하겠다. 어차피 나에게는 나쁜 놈들일 뿐이니까. 그래도 나에게는 권영길(민주노동당)이 있어서 기권을 하지는 않았다.
이 때부터 나는 노무현에게 무관심할 수 없었다. 어쨌든 그는 대통령이니까.

2003년 노무현.
대통령 노무현은 기어이 이라크에 국군을 파병하였다.
이 때부터 노무현은 결코 토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판단했다. 본인이 원할 때, 본인이 이길 수 있을 때에만 '토론'(그것도 형식만 빌린!)이란 걸 벌이는 남자가 대통령 노무현이었다.
노동자 故 김주익이 크레인에 스스로 목을 매 숨졌다. 대통령 노무현은 노동자들을 향해 '노동귀족'이라고 딱지를 붙였다. 그 남자의 세계관은 딱 이 정도였다.
대통령 노무현은 얄미운 남자였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노무현이 국회로부터 탄핵소추를 당했다.
야당이 대통령 노무현에게 선거중립의무 위반과 측근비리에 대해서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지 않으면 탄핵하겠다고 협박을 했다.
대통령 노무현은 꿋꿋이 버텼다. '순교'가 취미였나? 결국 그는 탄핵소추를 당하는 전무후무한 대통령이 되었다.
탄핵정국 이후 치러진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은 과반 의석을 차지한다. 탄핵 한방에 정책이고 뭐고 싹 사라져버린 광란의 선거판이었다.
사과 한마디면 해결될 수 있는 일을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몰고 간 대통령 노무현. 진정 민생을 생각하는 대통령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순교'가 취미인 대통령을 둔 한국의 인민들은 고달프다.
그는 참으로 무서운 남자였다.

2007년 노무현.
한미 FTA 협상이 타결되었다.
대통령 노무현은 한미 FTA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많이 들었다고 했다. 그런데 근거도 밝히지 않고 반대를 하니 답답했다고 한다. 그는 바보이거나 대단한 천재, 아니면 거짓말쟁이임에 틀림없다. 사법고시도 합격한 사람이니 바보는 아닌 것 같고, 천재이긴 한데 잔머리 술수만 부리고 거짓말만 일삼는 못된 천재다. 이런 천재가 위험한 법이다. 특히 그가 권력을 가졌을 때에는 더욱!
한미 FTA 협상 타결의 성과가 전혀 없지는 않다.
유일한 성과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어정쩡한 선에 서 있던 많은 인민들이 이제 확실히 노무현에게 등을 돌릴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전선이 더욱 분명해졌다는 것.
여하간 임기 1년도 남지 않은 대통령 노무현은 처량한 남자다.
임기 중에 2번이나 탄핵소추를 당하는 대통령이 될 운명에 처했으니까.

구호로 정리한다.
한미FTA 국민투표 실시하라!
노무현 탄핵하여 민주주의 수호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