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을 울리지는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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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을 울리지는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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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매월 1만원씩 내는 프레시앙이 되었다.
졸필이지만, 한명이라도 더 프레시앙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글을 써서 보냈다.
고맙게도 오늘 아침 게재되었다.
당신도 프레시앙이 되시기를 '강추'한다.
참고로, 월 5천원도 가능하다!

<프레시안>에서 보기

<프레시안>을 울리지는 말아야지!
['프레시앙'이 되며] 조원종 씨

등록일자 : 2007년 11 월 15 일 (목) 09 : 37

대학을 막 졸업하고 백수로 지내던 중 나는 민주노동당 당원이 되었다. 알다시피 당비를 내야 당권을 행사할 수 있는 '까칠한' 당이다(당연한 일이지만!). 다행히 매월 5000원도 당비로 받아주었다. 백수에게 5000원은 하루 두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액수다.
 
그러다 취직을 했다. 꼬박꼬박 월급을 받게 된 것이다. 첫 월급을 타기도 전에 당비를 파격적으로 올렸다. 매월 2만 원. 무려 400% 인상률이다. 분회 모임에 얼굴 한번 비치지 못하는 소심한 당원이라, 미안한 마음을 돈으로 무마하려는 어두운 속셈이었다.
 
뜻한 바 있어 회사를 그만 두고 진학하였다. 이렇게 나는 한국의 비경제활동인구 중 한 명이 되었다. 고정된 수입이 없어졌지만 한번 올린 당비를 다시 끌어내릴 수 없었다. 만약 당 홈페이지에서 클릭 몇 번으로 당비를 내릴 수 있었다면 진작 결행했을지도 모른다.
 
알아보니 당비 액수를 조정하려면 지역위원회에 직접 연락해야 했다. 소심한 사람들은 가끔 쓸데 없이 자존심을 부린다. 당비를 올리는 것도 아니고 내려달라는 말은 차마 하지 못하겠더라. 그래서 지금까지 매월 내 통장에서는 2만 원씩 빠져나가고 있다.
 
지인들을 만나면 가끔 정치나 사회 돌아가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러다 보면 항상 나는 정당이 중요하다고 목청을 세운다. 깊이 있는 비평을 하고, 날카로운 비판을 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뭔가 바꿔내려면 내 몸을 직접 참여시켜야 한다고 역설한다. 술자리에서 아무리 악을 써봤자 달라지는 것은 당장 다음날 아침의 쓰린 위장과 입안의 술냄새 뿐이다.
 
그래서 백이면 백 나의 결론은 당원 가입하라는 강권으로 끝난다. 아쉽게도 나의 강권을 받아들여 실제 당원 가입한 사람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주장의 내용에는 쉽게 고개를 끄덕이지만 자기 지갑에서 돈을 꺼내는 일은 쉽지 않은 것이다.
 
내가 당비 2만 원을 고수하기로 한 것은 까짓 술 한잔 덜 마시면 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리고 나의 정치적 신념을 유지하고 실현하는 데 2만 원도 투자할 수 없다면, 그게 무슨 신념인가 싶었다. 신념이란 게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술 한잔 더 마시려고 희생할 만큼 가벼워서도 안되지 않을까.
 
<프레시안>이 힘들다고 한다.
 
지난 3월인가. 정부 측에서 <프레시안>에 3천만원 짜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홍보 광고를 제의했는데 내부 논란 끝에 거부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단순히 이 정도로는 감동이 덜 하다. 내부 논란의 와중에 한 기자가 울음을 터뜨렸고, 1~2000만 원을 더 얹어 주겠다는 제안에도 <프레시안>의 대표는 광고 거부 결정을 내렸다.
 
대표가 밝힌 거부 사유가 일품이다. "내가 너희들을 굶길 수는 있어도 울리지는 말아야지 않겠냐." 순정만화 같은 기자와 '울리지는 말아야겠다'며 돈을 거부할 줄 아는 로맨티스트(?) 대표가 있는 언론사라면 충분히 믿을 만하다. 게다가 이러한 감동 스토리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릴 줄 아는 센스쟁이 기자까지 있으니 즐겨 찾는 맛이 '솔찬하다'.
 
그런데 9월엔가 정부의 한미 FTA 홍보 광고가 <프레시안>에 등장했다. 순간적으로 '프레시안, 너 마저도!' 하는 질타의 마음이 끓어올랐다. 잠시 후 <프레시안>이 힘들어 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들기도 했다. 역시 그랬다. 돈 때문에 <프레시안>이 힘들다는 소식을 들으니 마음이 착잡하다.
 
그래서 비경제활동 인구의 곤궁한 지갑이지만, 돈을 꺼냈다. 내가 굶을 수는 있어도 <프레시안>을 울리지는 말아야지 않겠는가!
 
여러분들도 <프레시안>을 지지한다면 지갑을 여시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다. '삼성 공화국'에 반대한다면 지갑을 열어 <프레시안>을 지켜주시기 바란다. '프레시앙'들이 많아질수록 <프레시안>은 국가와 자본의 눈치로부터 자유로워진다.
 
'기사와 광고는 별개'라는 말은 궤변이란 무엇인지 명료하게 보여주는 모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언론은 광고주의 입 노릇을 하게 마련이다. 몰라도 될 것을 알아야 할 것으로 둔갑시키고, 알아야 할 것을 몰라도 되는 것으로 은폐시키기도 한다.
 
그래서 수많은 프레시앙들이 <프레시안>의 막강한 광고주가 되어야 한다. <프레시안>이 국가와 자본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입이 되기를 원한다면 지갑을 열어 프레시앙이 되시라.
 
알아야 할 것을 정확히 알려주는 <프레시안>을 읽는 즐거움을 잃고 싶지 않다. 구호로 정리한다.
 
전국의 프레시앙들이여! 단결하라!

조원종/30대의 비경제활동 인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