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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계 학생이기 때문인가요?

<광주드림> 6월 18일자 게재

실업계 학생이기 때문인가요?

여학생들이 ‘생활지도’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교사들의 폭력에 맞서고 있다. 송원여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이런 학생인권 침해 사건은 종종 언론에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송원여상에서 벌어진 일들을 보면 씁쓸한 느낌이 떨쳐지지 않는다.

특히 교복 치마의 길이를 지도하는 방식이 창의적(?)이시다. 치마를 들추고 허벅지에 손을 댄단다. 상식으로는 상상조차 힘든 경지이다.

보도된 내용만으로도 기가 차다. 짐작컨대 실제로 학교에서 벌어지는 폭력은 더 심각할 것이다. 참다못한 전교생이 수업거부라는 집단행동에 나섰다. 물론 과장되거나 거짓된 내용이 일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본질은 그게 아니다. 교사들의 폭력적인 생활지도와 모욕적인 언행에 맞서 학생들이 저항하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보도된 내용을 보면 교사들의 체벌이나 언어폭력의 양상이 어떤 교육적 변화를 기대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수준이다. 학생들을 무시하는 것을 넘어 인격을 모독하는 심각한 수준이다. 어떻게 학교에서 그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혹시 인문계 고등학교가 아닌 실업계 고등학교이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지나친 억측일까? 물론 인문계 고등학교에서도 억압적인 생활지도나 폭력적 체벌이 일어난다. 하지만 인격모독적인 언어폭력이나 복장지도를 가장한 성희롱처럼 선을 넘는 경우는 흔치 않다.

한국 사회에서 인문계와 실업계는 적성에 따른 선택의 결과가 아니다. 가정환경이나 경제력의 차이에 따라 ‘강요받은’ 선택인 경우가 많다. 실업계 고등학교로 교육실습을 다녀온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실업계 아이들은 가정으로부터 버림 받고, 학교에서도 버림 받는다. 최종적으로 사회로부터 버림 받는다”고.

실업계 학생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도 교사들의 인격모독적 언행을 거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실업계 학생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문제 학생’에 초점을 고정해버리기 십상이다. 이런 편견은 실업계 학생들이 겪는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학교 환경에 둔감한 사회를 만든다.

학교측은 ‘학생들의 탈선을 막기 위해 학생지도가 강화된 것’이라고 해명한다. 학생들의 작은 탈선을 막으려고 학교는 너무나 큰 탈선을 한 것은 아닌가. 만약 실업계 학생들이기 때문에 함부로 대해도 된다고 생각한 교사가 있다면 참으로 개탄할 일이다.

또 다른 해명. “학생들이 치마가 무릎 아래까지 내려와야 한다는 규정을 지켰으면 지도할 필요조차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이런 말로 돌려드리고 싶다. “학교가 상식을 지켰으면 학생들이 수업 거부할 필요조차 없는 일입니다.”

조원종 시민기자 communi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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