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김밥을 팔지 않아...
diary

이젠 김밥을 팔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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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걷는다. 복잡한 상념들은 길 가는 자의 발목을 자꾸만 붙잡게 마련이다. 상념은 때로 감성을 충만하게 해주기도 하지만, 길 가는 자에게 묵은 상념이 주는 낡은 감성은 독배가 되어 돌아온다.
길은 내 앞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뒤에 생긴다.
길 가는 자의 의식을 치르기 위해 산을 오른다.

하는 이런 폼은 아니었고. 어제 멀리 본 무등산에 눈이 쌓여 있는 것을 보고, '저것 참 볼 만 하지' 하는 생각에 연양갱을 챙겨 산행을 한 것이다. 그런데 급격히 따스해지는 날씨 때문에 서석대 아래 그늘 진 곳에서만 겨우 눈 구경했다. 쩝.
증심사 입구는 아직도 공사중이다. 식당과 등산의류 매장들은 몇 곳 개점하였다. 모든 곳이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깔끔하게 덮어지겠지. 허름하기 그지 없었던 보리밥집이며, 대포집들은 모두 뜯겨 나갔다. 막 담근 김치까지 끼워주던 저렴한 김밥도 이제 팔지 않는다. 새로 생긴 식당들은 제법 좋아 보인다. 그런데 헝그리한(지갑도 헝그리, 위장도 헝그리한 더블 헝그리?) 등산객들이 편히 들러서 끼니를 해결하기에는 조금 부담스럽다.
이건 발전이 아니라 돈을 들여서 돈을 쓰게 만드는 개발사업일 뿐이라고 생각하기로 한다.
5천원에 짝퉁 쿨맥스 티셔츠를 살 수 있었던 가게도 사라지고, The NORTH FACE나 K2, 몽벨 따위의 고급 브랜드의 삐까뻔쩍한 매장들이 들어섰다.

그러나 저러나, 주차장은 장애인이나 기타 노약자들에게만 허용하면 안되나. 되도록 승용차 사용을 억제하고, 대중교통 편의를 증진시켜야 할텐데, 어찌 된게 이번 공사로 주차장은 훨씬 더 넓어져버렸네. 승용차 사용으로 발생하는 비용 중 일부가 대중교통을 이용한 사람들에게 전가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왜 정책적 고려를 하지 않는 것인지. 내가 이상한 건가.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