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호들갑의 효과

강기갑 의원 무죄, PD수첩 무죄.
검찰의 정치적 기소에 법원이 사법적 판단을 내린 결과다. 세상이 하수상하여 이런 판결조차 마치 대단한 일인양 평가받고 있지만, 사실 지극히 당연한 결과 아닌가. 애초에 기소 자체가 무리한 정치적 행위였으니까. 검찰은 권력의 눈치를 보며 정치를 했는데, 법원은 대한민국 법률에 따라 판결했을 뿐이다. 판사가 특별히 정의로운 게 아니라, 나쁜 판사가 아니었을 뿐인거다.
아무 것도 아닌 일인데, 호들갑은 저쪽 분들이 떨어주신다. 우익 단체들은 대법원장 관용차량에 달걀을 투척하고, 한나라당은 사법개혁 운운하며 고작 1심 판결을 가지고 쟁점을 만들어낸다. 조중동은 '충격적 판결'이라며 선동에 나선다.

저들은 기소만으로도 이미 모든 것을 얻었다. 법원에서는 졌으나, 정치에서는 이겼다. 애초에 승소하리라는 생각이나 기대도 없었을 거다. 어렸을 때 학교 화장실의 낙서와 같은 거다. 영희와 철수가 사귄다네 하는 낙서.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믿느냐 안 믿느냐와도 상관없이 영희와 철수를 바라보는 친구들의 시선은 이미 '사귄다'는 프레임에 영향을 받게 되는 거다. 낙서를 한 아이도 어떻게든 영희와 철수를 곤란하게 만들기만 하면 되니까 목적은 달성된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라는 지시를 받은 사람은 코끼리를 가장 많이 생각하게 된다는 심리학 실험과 같은 거다.
그러니까 최근의 판결들이 아무리 당연하고 상식적인 결과라고 하더라도, 저쪽 분들이 말도 안되는 소리를 지껄이며 억지를 부리면, 문제 아닌 것이 문제가 되고, 상식이 논쟁이 되어버리는 거다. 우익들이 유리한 것은 이런 프레임 싸움에서 그들이 늘 이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저들이 일상으로 벌이는 정치 코미디와 억지스런 호들갑을 비웃지만, 섬뜩하기도 하다. 치밀하게 계산된 정치행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놀랍도록 근사한 효과를 얻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