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는 라이프스타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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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는 라이프스타일이다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을 '지구를 구하는 영웅'이라고 생각한다만, 내가 영웅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자전거를 탐으로써 환경에 끼치는 해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긴 하다만, '환경보호'는 내가 자전거를 타는 가장 큰 이유는 아니다. 자전거 타는 일이 그닥 재미도 없으면서 고생스럽기만 하다면 기를 쓰고 타지는 않을테니까.
활발한 전신운동과 스트레스 해소 덕분에 내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것도 자전거를 타면 저절로 얻는 것이긴 하다만, 건강해지려고 자전거를 타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 자전거에 환장(?)하는 것도 아니다.

자전거를 타면 재미있다. 이게 가장 중요한 이유다. 자전거를 타면 세상에 부러울 게 없는 행복감을 만끽한다. 이반 일리히의 책 'Energy and Equity'를 박홍규 교수가 한국말로 번역한 책의 제목이 '행복은 자전거를 타고 온다'이다. 박홍규 교수의 아이디어인지는 모르겠지만, 제대로 된 문장이다. 같은 제목을 단 SBS 다큐 프로그램이 있다.
거기서 덴마크 한 교수의 재미있는 연구 결과가 소개된다. 남부덴마크대학 건강과학부 교수인 옌스는 3년동안 750명을 추적조사한 자전거 관련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옌스 교수가 박사학위논문에 사용한 설문조사 결과가 아주 흥미롭다. 자전거를 매일 타는 사람과 매일 타지 않는 사람들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결과는 이렇다.


자출사 회원들과 신나게 어울릴 때, 나는 '변적사'(변(똥)꼬를 적시며 자전거 타는 사람들) 핵심멤버였다. 비가 오면 일부러(?) 자전거를 타는 변태 라이더들. 날씨 때문에 자전거를 못타는 건 겨울에 길이 빙판이 되어버렸을 때 뿐이다. 그래서 저 설문결과는 심하게 공감한다. 어쨌거나 날씨가 자전거 타는 사람들 사정 봐가면서 변하는 것도 아니고, 자전거 타는 사람들만 피해서 비가 오는 것도 아닐텐데, 상반된 대답이 나온 거다. 옌스 교수는 '라이프스타일의 차이'라고 설명한다.


"만약 자전거를 탈 경우 신체운동을 하고 공개된 장소에 몸을 노출시키게 됩니다. 그것은 일종의 당신의 라이프스타일입니다. 당신은 날씨가 좋든 비가 오든 주위 환경을 즐깁니다. 그러나 자전거를 타지 않고 차 안에서 창을 통해 좋은 날씨나 비오는 것을 바라볼 경우 당신은 더우면 에어컨을 틀고 추우면 히터를 틀 것입니다. 그러니까 모든 것은 라이프스타일의 차이인 것입니다."

라이프스타일의 차이 때문에 자전거를 타고 안타고 하는 것인지, 자전거를 타고 안타고 하는 것이 라이프스타일의 차이를 만드는 것인지는 모르겠다만.

자전거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은 '좀 젖는다고 죽지 않아' 뭐 이런 스타일이다. ㅋㅋ

자전거를 탄다는 건, 단순한 교통수단의 변화가 아니라, 다른 인생을 살게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