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자세

갈등과 불만을 일으키는 원인은 대부분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지만, 종종 이해하려는 자세조차 불성실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살다보면 누군가를 이해하는 일보다 이해하지 못하는 일이 더 많다는 걸 알게 된다.
게다가 죽었다 깨나도 절대 (당사자 만큼) 이해할 수 없는 것들도 있다. 예컨대, 임신과 출산에 대하여 여성들이 갖게 되는 복잡다단한 심리를 남성은 여성 만큼 이해하지 못한다. 남성들이 군대에서 겪어야 하는 좆 같은 일들이 남성의 영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여성은 이해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해서 내버려두자는 건 온당하지 않다.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과 이해하려고 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기 때문이다.
여성이 남성에게 '너도 애 낳아봐라' 하거나, 남성이 여성에게 '너도 군대 가봐라' 하는 건 가장 유치하면서도 유해한 몰이해다.
의사가 가족분만을 권유하며 출산과정에 남편을 참여시키는 까닭은 산모의 정서적 안정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남성의 인식 변화를 겨냥한 것이기도 한다. 출산과정을 직접 보고 듣고 느끼면서 여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향후 육아에 대한 자신의 역할을 받아들이는 데 좋은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그렇다고 한다.
책을 읽고 지식을 쌓는 일은 자세를 갖춘 사람에게 큰 도움이 되는 일이다. 그러나 자세가 부실한 사람이 아무리 다양하고 많은 공부를 한다 하더라도,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일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