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푸어

하우스푸어 문제에 대한 대중(그러니까 '하우스푸어'는 아니고 우석훈이 표현한 '그냥 푸어'인 사람들?)의 생각은 대충 이런 것 같다. 니들이 저지른 탐욕의 대가이니 고통의 책임도 니들 것이라는. 타당한 말이다. 시장경제에서 모든 경제활동은 자기책임 하에 자유롭게 결정하는 것이므로. 집값이 올라 생긴 불로소득은 개인이 챙기면서 집값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정부가 어떻게 해주길 바라는 건 부당하다.
그렇다고 '그래 한번 죽어봐라'는 식으로 하는 건 그냥 나같은 필부들의 감정인 거고. 정부가 그래선 곤란하다. 어찌되었든 고통받는 인민을 위해 '행정'을 수행하라고 인민들이 만들어준 것이 정부라는 거니까. 정부가 하우스푸어의 자산손실을 책임져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만. 최소한 고통을 덜 수 있도록, 전문용어로 연착륙할 수 있도록 정책을 만들어 집행할 의무는 있다는 말이다. 하우스푸어가 양산되는 데 정부의 정책적, 도의적 책임도 없진 않을테고.
한국에서 이놈의 부동산 문제는 정권의 명운을 걸고 해결해야 할 이해관계의 콤플렉스라 할 만 하다. 부동산 불패 신화가 본격화 된 때가 김대중과 노무현이라는 이른바 '민주정부' 시절이라는 점도 한번쯤 생각해볼 문제다. 인민들에게 '민주주의가 밥 먹여주냐?'는 불신을 안겨준 정부가 아이러니컬하게도 가장 민주화된 정부라(는 주장이 제법 먹히고 있다)는 점. 흠.
여하간 거품붕괴는 기정사실이고, 당위라는 건 분명하다. 이건 경제학이나 정치학의 문제이기 전에 상식이다. 부모는 빚 내서 집값 올려놓고 자식은 취업 없고, 결혼 없고, 소득 없고, 집 없는 88만원세대가 되는 시스템이 언제까지 굴러가겠냐.
하우스푸어도 걱정스럽다만, 무엇보다 '그냥 푸어'들이 더 큰 문제다. 부동산 문제에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 때문에, 내집 가져본 적도 없는 '그냥 푸어'들이 가장 타격 받게 될테니까. 에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