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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러의 '부활'

올해 공부한다는 핑계(?)로 포기하거나 놓쳐버린 것들이 좀 있다-아니, 많다. 마지막까지 갈까 말까 갈까 말까 가장 갈등하고 고심한 것이 광주시향의 5·18 30주년 기념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이다. 올해가 말러 탄생 150주년이고, 말러가 사망한 날이 공교롭게 5월 18일이다.
올해 초 말러의 '부활'이 도청앞 무대에서 공연된다는 뉴스를 보고 올 것이 왔구나 했다. 드디어 오월이 왔고, 18일 도청앞 공연 하루 전까지도 가? 말아? 가? 말아? 했다. 다행히도(?) 비가 내리는 바람에 도청앞 공연은 취소됐다. 그날 밤 방에 누워서 헤드폰 쓰고 번슈타인의 말러 '부활'을 들으며 아쉬움을 쩝쩝 달랬던 기억이...
늦게나마 아쉬움을 덜 수 있는 다큐프로그램이 방송됐다. 머리 좀 식힐 겸 고클에 갔다가 한 회원이 링크주소를 올려줘서 알았다. 광주MBC가 지난 7일 방송한 <광주, 부활하다>. 좀 진부한 타이틀이긴 하다만 이렇게라도 공연 준비과정과 공연실황의 하이라이트를 볼 수 있어서 모든 게 용서된다.
말러의 '부활'을 5·18 기념공연으로 올리자는 생각은 지휘자 구자범이 처음 제안했다고 한다. 철학 공부하다가 독일 유학가서 돌연 지휘자가 되어 한국으로 돌아온 사람. 그의 인터뷰 중에 이런 말이 나온다. "음악은 한 개인의 가슴만 울릴 수 있다. 음악 자체가 사회를 바꾼다는 건 말도 안되는 이야기다. 사회에 반영시키려고 음악을 하는 게 아니라 음악은 사회 반영하는거다" 구자범의 음악철학이 어떤 결을 갖고 있는지 읽을 수 있는 말이다.
후반부에 문예회관 공연 실황 화면에 나오는 구자범의 지휘는 정말 대단하다. '혼신의 힘을 쏟는다'는 게 어떤 것인지 온몸으로 보여주는 듯 하다. 시민합창단 4백여명과 광주시향 오케스트라 등 518명과 함께 만들어낸 말러의 '부활'. 실황 전체를 다 보여주지는 않지만, 구자범의 열정 넘치는 지휘 모습만으로도 심장이 벌렁댄다. 참고로 독일어 가사를 진보신당 당원이자 전남대 철학과 교수인 김상봉 선생님이 직접 한국어로 번안했다.
올해는 비 때문에 도청앞 공연이 취소되었으니 내년에 다시 한번 하지 않을까 내심 희망해본다만. 게다가 내년은 말러 서거 100주년이니까 대충 의미도 있고 괜찮을 것 같은데...

팜플렛 파일을 첨부함. 김상봉 교수와 구자범 지휘자의 글, 말러의 '부활'에 대한 몇 편의 글이 있음. 일독을 권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