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무인자동차

구글이 개발중인 무인자동차가 시험운전에서 1,600킬로미터 주행에 성공했다고 한다. 사고는 단 1건 일어났는데, 그것도 신호등에 걸려 정지한 무인자동차를 사람이 운전하는 자동차가 뒤에서 들이받은 것이라고. 그러니까 사고를 낸 게 아니라 사고를 당한 셈.
구글이 하는 일이란 게 어찌 보면 재미와 편리를 동시에 주기도 하고, 어떤 면에서는 살 떨리게 공포스러운 프로젝트이기도 한데. 무인자동차 개발은 어떤 세상을 만들 것인가, 갑자기 호기심이 발동.
다른 건 몰라도, 좀더 안전한 교통환경을 만들 수 있을지 관심이 크다. 주변환경에 대한 정보들을 수집해서 가장 합리적인(최소한 합법적인!) 운전을 하게 된다면, 우리는 정말 안전해질 수 있을까? 거의 모든 교통사고는 인간의 판단오류나 실수, 고의, 감정적 반응에 의해 발생한다고 보면, 기계가 운전을 대신함으로써 사고율은 크게 낮아질지도 모른다.
하다못해 초보운전자나 여성운전자들을 위협한다거나 대형차가 소형차를 밀어붙인다거나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그런 명령을 프로그래밍하는 건 '불법'이 될테니까. 그리고 주변에 긴급자동차가 오면 자동으로 정지한다거나 옆으로 비키거나 할 것이고. 앞차의 운전이 자기맘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짜증을 담아 울려대는 경음기 소리는 옛날 일이 될 것이고.
도로에서 보행자가 확인되면 서행하거나 정지할 것이고. 달리는 자전거와는 안전거리를 유지하게 될 것이고. 교차로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꼬리물기로 교통이 엉망진창이 되는 일도 확실히 줄어들 것 같다.
인간의 이기심이 만들어내는 교통지옥을 무인자동차가 구원할 것인가? 이기심도 없고 이타심도 없이 오로지 계산과 규칙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무인자동차가 안전한 교통을 만들었을 때 우리는 정말 행복할 것인가? 아마도 사회학, 문화학, 인류학, 심리학 영역에서도 무인자동차 개발에 참여하고 있을 것 같은데, 이와 관련된 소식은 아직 찾지 못했다.
어쨌거나 무인자동차가 우리의 여가시간을 늘려줄 것이라는 의견에 나는 그닥 동의 안한다. 운전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시간에 우리는 아마도 또 다른 일을 떠맡게 될테니까. 자동차 안에서 여유와 자유를 만끽하는 장면은 무인자동차 광고에나 등장하는 판타지가 될 것이고, 현실에서 우리는 운전대 대신 스마트폰을 붙잡고 쉬지 않고 정보처리를 하게 될 것이다. 운전중이라는 이유로 통화를 짧게 하거나 전화를 받지 않을 자유는 사라지고, 오히려 차 안에 더 많은 통신에 혹사당할 것이다.
과학기술의 발달이 노동에 호의적이었던 적은 거의 없다. 컴퓨터와 통신의 발달은 노동시간의 단축을 가져오지 않았다. 단축된 시간만큼 노동은 늘어났고, 노동하는 시간은 24시간으로 확장되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