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도 라이딩
bicycle

증도 라이딩

올해가 다 가기 전에 나와 함께 섬 라이딩을 가는 게 소원(?)인 A 선배가 보면 경악할지도 모르겠지만. 흠흠. 신안 증도로 라이딩을 다녀왔다. 태어나 처음으로 섬 라이딩을 즐긴 거다.
여러 해 전, 그러니까 증도대교가 생기기 전이다. 배를 타고 증도에 들어간 적이 있다. 지금은 태평염전보다 엘도라도 리조트로 유명한 증도가 되어버렸고. 고급스럽게 치장된 리조트에는 여름도 아닌데 승용차와 사람들이 많았다. 음식물쓰레기통을 청소하고 조경수에 농약을 치는 노인들은 아마도 한때 어부였을지도 모를 섬 주민이었으리라. 관광개발이 선사한 고용창출인가? 그렇게 단 몇명이라도 소득을 얻을 수 있으니 다행한 일일지도 모른다만. 관광개발이 원주민들에게 커다란 혜택을 주는 것처럼 사기치지나 말았으면 좋겠다. 개발업자들, 부동산 소유자들이 거의 모든 개발이익을 가져가고, 몇몇 민박업자들이 성수기 때 잠깐 돈 좀 만질 것이고, 다수의 원주민들에게 달라질 것은 갑자기 많아진 자동차와 외지 사람들, 그리고 쓰레기 뿐이지 않을까. 엘도라도 리조트에 놀러 온 사람들이 쓰고 간 돈은 고스란히 리조트 소유자한테 가는 거니까.
몇년 전 내가 묵었던 허름한 민박집도 근사한 황토펜션으로 바뀌었더라. 요즘엔 어딜가나 민박이 사라지고 펜션은 늘고 있다. 나는 이게 왠지 여행이 사라지고 관광이나 유람으로 대체되는 풍속도로 느껴져서 좀 아쉽다. 사람이 원래 살던 민가의 빈방에 잠시 묵는다는 건 비루한 여행자의 것이 되고, 화폐를 주고 쾌적하고 편안하며 비싸보이는 서비스를 구입해야 좀 '놀다왔다'고 말깨나 할 수 있게 되는 그런 거. 여행의 뒤에는 추억과 교훈, 감성이 남고, 관광의 뒤에는 카드 영수증이 남는. 그런 게 좀 아쉽다.

여하간 아버지의 트럭에 자전거를 싣고 갔는데, 증도대교를 자전거로 건너는 것부터 증도 일주 라이딩은 시작되었다. 우전해수욕장에서 부모님이랑 김밥 까 먹고. 엘도라도 리조트 안을 관광(!)하고, 증도 태평염전 소금과 새우젓갈을 사서 돌아왔다. 무슨 박물관이나 체험관 같은 것도 생겼던데 유료라서 패스.
아침에 자전거 챙기는 데 신경쓰다 보니 카메라를 안 가지고 갔다. 덕분에 저질 폰카로 몇 컷. 폰카는 저질이지만, 피사체가 워낙 고급이라 결과물이 좋은 거다.


자전거는 바다를 달릴 수 없다. 자전거는 수륙양용이 아니니까.


시험에 불합격한 자식에게 '그동안 고생했다. 힘든 과정 잘 극복해줘서 고맙다'고 말해준 사람들. 엘도라도 리조트에 숙박은 못해도 사진은 찍을 수 있다. ㅋㅋ


광주로 오는 길에 차안에서 한컷. 잃어버린 'ㅁ'의 슬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