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주35시간 근무제' 톺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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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주35시간 근무제' 톺아보기

지난 8일 신세계그룹이 내년부터 '주35시간 근무제'를 도입하겠다는 뉴스가 비중있게 보도되었다. OECD국가 중 최장 노동시간을 기록하는 한국에서 '대기업 최초'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의미 있는 뉴스이긴 하다. 그런데 '한걸음 더 들어가'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그렇다면 임금은? 언론은 왜 이 질문을 던지지 않는걸까? 단순화해서 계산해보자.


2018년 최저임금 7,530원

주 40시간 : 월소정근로시간 209시간 월급 1,573,770원

주 35시간 : 월소정근로시간 183시간 월급 1,377,990원

임금감소분 : 195,780원


2020년 최저임금 10,000원

주 40시간 : 월소정근로시간 209시간 월급 2,090,000원

주 35시간 : 월소정근로시간 183시간 월급 1,830,000원

임금감소분 : 260,000원


마트 노동자들의 임금이 최저임금을 겨우 웃도는 수준에서 결정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노동시간의 단축은 결국 임금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임금이 줄더라도 1시간 덜 일하니까 좋은 걸까? 일의 총량이 그대로인 상황에서 노동시간이 줄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노동 강도는 세질 수밖에 없다. 냉장고 100대를 만드는 데 필요한 노동시간이 8시간인데, 7시간 동안 냉장고 100대를 만들어야 한다면 어찌 되겠는가. 전수찬 마트산업노조 이마트지부장은 "마트는 하루에 해야 할 일의 총량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8시간에 하던 일을 7시간에 마무리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고 말했다. 노동시간을 단축하면서 생산량을 유지하려면 인력충원이 뒤따라야 한다. 하지만 신세계그룹은 인력충원계획은 없다고 했다.

정리하면 이렇다.

(인력충원 없고 최저임금 수준에서) 주35시간 근무제 도입 -> 임금 감소 & 노동강도 증가

위에서 계산한 월급은 기본급이라는 항목으로 보통 통상임금이 된다. 통상임금은 연장근로수당, 연차수당 등 각종 수당과 퇴직금 등을 산출하는 기본금액이이다. 따라서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실제 임금감소 폭은 더 클 것이다.

신세계그룹은 "장시간 근로, 과로사회로 대표되는 대한민국 근로문화를 혁신해 임직원들에게 ‘휴식이 있는 삶’과 ‘일과 삶의 균형’을 제공해 쉴 때는 제대로 쉬고 일할 때 더 집중하는 기업문화를 만들겠다."고 홍보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최저임금이 아닌 적정한 생활임금 수준으로 임금인상이 있어야 하고, 일자리나누기 차원의 인력충원이 뒤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임금감축 없는 근로시간단축'이라는 신세계그룹의 홍보는 그냥 말장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의 소득을 떨어뜨리고 삶의 질을 후퇴시키는 파렴치한 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