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해진'(?) MBC 뉴스
opinion

'이상해진'(?) MBC 뉴스

"기자 윤리, 저널리스트의 정체성을 지키지 못한 점 깊이 반성합니다. MBC 기자들을 대표해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죄송합니다."

2017년 12월 26일 박성호, 손정은 앵커의 새 뉴스데스크 첫방송. 박성호 앵커는 사과와 반성으로 시작했다.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며 사과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 당연한 일을 우리는 생각 만큼 자주 목격하지 못한다. 개인과 개인의 사적인 관계에서도 그렇지만, 하물며 언론의 사과를 우리는 받아본 적이 있었나. 단순한 정정보도나 방송사고 차원이 아니라 언론인의 책무를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사과가 한번이라도 있었나. 과문한지 몰라도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싶다.

오늘 뉴스데스크에서도 '거듭나겠습니다'라는 타이틀을 단 리포트가 나왔다. 당장에 큰 변화를 이룰 수는 없겠지만, 앞으로 관심을 갖고 지켜볼만 하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으니까. MBC 기자들이 달라진 것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한마디로 정리해줬다. "MBC가 참 이상해졌네."

'척당불기' 액자의 진실을 캐묻는 MBC 기자에게 답변 대신 한 말이다. 유력 정치인의 말을 그대로 옮기는 리포트가 아니라, 질문하는 기자를 보여준 흥미진진한 장면이었다. 다큐영화 '공범자들'에서 최승호 기자(지금 MBC 사장)가 언론을 망가뜨린 자들을 쫓아다니면서 끈질기게 질문을 던지던 모습이 오버랩된 것은 나 뿐은 아닐 듯.

기자가 정식 인터뷰로 답변을 받아내기 어려운 취재원을 기다렸다가 급습하듯 질문을 던지는 것을 앰부시 인터뷰라고 한다. ambush 말 그대로 매복이다. 뉴스타파 기자들이 특기처럼 사용하는 취재방법이다. 앞으로 MBC 뉴스에서 종종 보게 될 것 같다.

박성호 앵커는 새 뉴스데스크를 준비하면서 기자들과 BBC뉴스에 대하여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그는 올해 BBC 선거보도를 연구한 박사학위 논문을 내기도 했다. 언론이나 방송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영방송의 모델로 십중팔구 BBC를 꼽는다. BBC로부터 MBC는 무엇을 배울 것인가.

받아쓰는 기자에서 질문하는 기자로. 일단 여기서 시작하는 걸로.


반가운 사람 한명 더. 손정은 앵커. 힘든 시기 버텨줘서 고마운 사람.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