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9

    현금카드 한장

    방에서 안경을 벅벅 닦고 있었다. 아빠가 부른다. 귀찮다는 듯 안경을 닦으면서 '왜요?'하고 갔다. 아빠는 현금카드 하나를 나에게 내밀었다. 그걸 보자마자 '아따 됬당게요' 하는 말이 튀어나왔다. 얼마 전에도 한번 그랬던 적이 있다. 엄마가 없을 때 아빠는 나에게 현금카드를 내밀었다. -돈 필요할 때 꺼내 써라. 비밀번호는 알지잉? 아빠 차 번호. -돈 필요 없는디. -그래도 먹고 싶은 거 있으믄 사 먹어야제. 교통비도 하고. -아따 내가 돈 쓸 일이 뭐가 있당가. 필요 없어라우. -아따 그래도 그게 그것이 아니제. 안 써도 됭게 그냥 갖고 있어라. -됐어라. 그렇게 나는 퉁명스럽게 거절하고 아빠를 피해버렸던 적이 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엄마가 없을 때 아빠는 다시 현금카드를 내밀고 있다. -아따.....

    거짓말꽃

    1. 거짓말을 하기 때문에 '착한 사람'이 될 수 있다.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면 누군가에게는 나쁜 사람이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착한 사람이 될 수 있다. 거짓말을 하지 않고서 모두에게 착한 사람이 되는 일은 없다. 거의. 2. 감정노동은 노동으로 표현하는 거짓말이다. 자본은 노동자에게 감정을 팔도록 한다. 노동자에게 강요된 감정노동은 고역스런 거짓말이 된다. '고객님, 사랑합니다~' 사랑은 개뿔. 자본의 '사랑'은 완전하게 조건적이고 일방적. 자본이 사랑하는 건 나의 지갑과 소비욕망. 그것도 내가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아무 상관도 없이. 3. 명박 정부의 새로운 부동산 대책. 골자는 빚 더 내줄테니 집 사서 부동산 가격 좀 떠받치고 있어라. 파국적인 디버블링 시대를 예견하는 목소리가 한둘이 아니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