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9

    여름을 보내며

    겁나게 무더웠던 지난 여름을 돌이켜보니 드는 생각. 에어컨의 편의성을 누리며 여름을 버티긴 했지만, 에어컨에 감사하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다. 반면에, 구워 삶을 듯 내리쬐는 태양열을 가려주는 나무 그늘에, 땀에 흠뻑 젖은 내 몸에 불어오는 숲의 바람에 감사하고 고맙다는 생각은 종종 했던 것 같다. 습기와 더위를 순식간에 날려주는 에어컨 바람에 마냥 기분 좋았던 적은 없는 것 같다. 나무 그늘에 앉아 있어도 여전히 무덥고, 숲 속에서 바람이 불어도 온몸의 끈적거림은 떨어지지 않지만 기분 만큼은 좋았다. 입을 틀어막아도 '아, 좋다'는 말이 튀어나올 정도로. 조건 없이, 상대를 가리지 않고, 아낌없이 주는 것들로부터 느낄 수 있는 행복감. 그런 것이지 않을까. 집에 오는 길 선선한 밤바람에 감사하며 오는 ..

    푸어

    하우스푸어 문제에 대한 대중(그러니까 '하우스푸어'는 아니고 우석훈이 표현한 '그냥 푸어'인 사람들?)의 생각은 대충 이런 것 같다. 니들이 저지른 탐욕의 대가이니 고통의 책임도 니들 것이라는. 타당한 말이다. 시장경제에서 모든 경제활동은 자기책임 하에 자유롭게 결정하는 것이므로. 집값이 올라 생긴 불로소득은 개인이 챙기면서 집값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정부가 어떻게 해주길 바라는 건 부당하다. 그렇다고 '그래 한번 죽어봐라'는 식으로 하는 건 그냥 나같은 필부들의 감정인 거고. 정부가 그래선 곤란하다. 어찌되었든 고통받는 인민을 위해 '행정'을 수행하라고 인민들이 만들어준 것이 정부라는 거니까. 정부가 하우스푸어의 자산손실을 책임져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만. 최소한 고통을 덜 수 있도록, 전문용어로 연착륙할..

    EBS 수능강사 어록(?)

    EBS 수능강의를 듣다보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라고 할 어록(?)들이 있어 몇가지 정리해둔다. 얼마전에 '군대비하' 발언으로 EBS 강사 쫑 나고, 네티즌한테 흠씬 두들겨 맞은 여교사가 있었다. 나로서는 도대체 그렇게 커다란 문제였는지 알 수 없지만 뭐 그런 일이 있었다. 내 생각엔 오히려 아래 발언들이 더 문제가 아닌가 한다. 강의를 재미있고 이해하기 쉽게 하는 것은 좋은 일이고, 교수능력이기도 하다. 하지만 교육적인 의미가 있을 때 그렇다. 교사는 교육자이지, 개그맨은 아니잖아. 1. 한정치산자와 금치산자의 개념을 설명하면서 수차례 '맛이 갔어', '맛이 간 사람'이라고 함. 두말 할 것 없이, 지적 장애가 있는 사람을 비하하는 발언. 개념을 쉽게 설명하려는 의도이겠으나,..

    추억이란

    불꽃놀이는 여러 장소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보고 있어. 내가 불꽃놀이를 보고 있는 지금, 어디선가 옛날 친구가 같은 걸 보고 있을지도 모르지. 그렇게 생각하면 즐겁지 않아? 그럴 때 그 친구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추억이란 건 아무렇지도 않게 떠오르는거야. 내가 떠올리고 있을 때 상대방도 그럴 거라고. - 영화 중에서 추억이란 건 아무렇지도 않게 떠오르기도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잊혀지기도 한다.

    운동가

    아직은 이른 말인지 모르겠지만. 시원해지긴 했다. 한낮에는 여전히 염천(炎天)이긴 하다만, 아침과 밤의 공기는 사뭇 시원하다 할만 하다. 한여름의 그것에 비하면. 아무렴. 모두에게 힘든 여름이긴 했다. 폭염은 해도 해도 너무하다 싶었고. 하늘이시여, 밖에서 노동하는 사람들은 어쩌라고! 우리 엄마조차 '기후변화'를 거론하며 '오메 오메 뭔 놈의 날씨가 이런다냐' 했으니까 뭐. 엄마한테 '기후변화'란 말을 들을 줄이야. 상상도 못했다. ㅋ 우리 세대는 그렇다 치고, 미래세대를 위해서라도 자동차와 에어컨 사용을 좀 줄이는 최소한의 행동을 해야 할텐데. 해를 거듭할수록 집집마다 에어컨 없인 살 수가 없는 여름이 될 것이고. 자동차는 여전히 늘어날 것이고. 에어컨은커녕 최소한의 주거복지도 제공받지 못하는 서울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