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둔해빠져 있다가는 괴물에게 잡아 먹힌다

    영화 을 다시 보았다. 의도적으로 대사 한마디 한마디에 집중하기 위해 귀를 쫑긋거리며. 처음 봤을 때 영상에 집중하느라 놓쳤던 명대사들이 넘쳐난다. 대사 한마디 한마디에 블랙코미디와 같은 메시지가 담겨 있다. 그 중에서 압권은 영화 초반에 바로 나와버린다. 영화는 미군부대 내에서 포름알데히드가 싱크대 위에서 버려지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 다음 한강 잠수대교 부근에서 낚시를 하던 사람이 이상하게 생긴 물고기(?)를 발견하고 컵으로 낚아 올린다. 신기해서 만져보려다가 손가락을 물리고 놓쳐버린다. 그 다음 장면은 비오는 한강 다리 위. 양복 입은 남자가 다리 난간에 기대어 투신하려고 한다. 다리 아래 한강을 내려다보는데 뭔가 있다. 그를 말리려고 쫓아온 사람들에게 '밑에 크고 검은 게 있어'라고 말하지만, ..

    <괴물>-약자들의 연대

    *주의! 아래 글에는 영화 에 대한 스포일러가 가득합니다.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은 읽지 않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영화 은 장르로 따지자면 괴수영화에 속하겠지만, 분명히 정치적 영화다. 그것도 매우 정치적인 영화다. 미군이 한강에 방류한 독극물이 돌연변이 괴물을 탄생시켰다는 설정, 검증되지 않은 세균전 무기를 엄연한 주권국가인 대한민국 땅에서 멋대로 사용하는 뻔뻔한 미국. 이 정도 설정을 가지고 을 반미영화라고 딱지 붙이는 것은 오히려 민망한 일이다. 봉준호 감독의 국가와 공권력에 대한 조롱은 이미 에서 그 실력이 입증되었다. 은 '조롱'은 보여줬지만, 그 이후에 대해서는 별 말이 없었다. 은 조금 다르다. 아니 확실히 은 '조롱'에서 만족하지 않고 분명한 이야기를 한다. 나는 그것을 '약자의 연대'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