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민

    어긋남, 다시 마주 보기 위하여

    #1 사랑을 하면 하나가 될 수 있는 걸까? 사람들은 하나가 된다는 걸 어떤 의미로 생각하는 것일까? 구태한 주례사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것처럼 결혼을 하면 하나가 되는 것일까? 좀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본다. 사랑을 하면 하나가 되는 일이 가능하기는 하냐고. #2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인간은 원래 '원통형 인간'이었다고 한다. 남성과 여성, 양성이 한 몸으로 이뤄진 원통형 인간. 이들이 신에게 도전하기 시작하자, 분노한 제우스가 원통형 인간을 반으로 잘라버렸다. 이 신화로부터 후대의 사람들은 잃어버린 반쪽을 찾고자 하는 욕망을 원초적 에로스로 생각하게 되었다는. 원래 하나였으니 다시 하나가 되기 위해 인간은 에로스적 욕망을 좇으며 살아간다는. #3 열 다섯살 소년과 서른 여섯 여인의 사랑. 마이클과 ..

    꿈만 같았던 '꿈', 비루한 실현

    공부하다가 잠시 쉬러 신문거치대에서 한겨레를 읽었다. 토요일이다. 철학자 김영민의 이 실렸다. 이번 영화는 다. 놀랍도록 세밀한 인문적 성찰의 깊이와 가슴을 꿰뚫는 듯 통철한 사색을 따라가는 재미. 철학자 김영민을 좋아하는 이유다. 그의 글은 외형상 꽤나 현학적인 듯 한 문장들로 가득한 것 같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우 자주 표현할 수 없는 감격을 안겨준다. 이번 글을 읽으면서 코끝이 찡해지고 눈물이 핑 돌며, 가슴 한 켠이 울렁거려 혼났다.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겨우 꾹꾹 눌러야 했다. "에서 하고 싶었던 진짜 얘기는 우리가 10대에 가지고 있었던 삶의 원형과 희망이 우리가 30대 중반의 어른이 되었을 때 소시민적 가치관에 묻혀 살면서 사라진다는 것에 대한 한탄"이라는 감독 임순례의 말을 인용..

    산책, 극히 실용적인 지침들

    걸으면서 철학하는 사람들 에서 김영민 교수의 글을 가져왔습니다. 산책, 극히 실용적인 지침들 1. 가급적 도심(都心)을 피한다. 이쁜 공원길이라도, 차도가 지척이거나 '파워워킹족'들이 좀비처럼 흘러다니면 하등이다. 시외나 심지어 산이라도 나무가 없거나 적은 곳은 썩 좋지 않다. (따라서, 해변을 걷는 일에도 나름의 운치가 깊지만 그것은 산책의 본령이 아니다. 요컨대, 짠물이든 민물이든, 물이 너무 많은 곳에서는 산책도 수행도 대화도 어렵다.) 그리고, 숲과 산이란 무릇 '계단이 없는 곳'이니, 비록 밀림 속이라도 계단식의 길을 오르는 짓은 산책/산행의 이치에 어긋난다. 조금 더 까탈을 부리자면, 원예종 꽃들이 배우처럼 방실거리는 베르사이유 정원같은 곳도 아니다. 제 맘대로 피는 꽃들의 재롱을 어쩔 수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