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평론

    윤리

    "실제로 자동차라는 물체는 대상에 대한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실감을 상당히 빼앗아버린다. 자동차의 외피를 이루고 있는 얼마간의 고철덩어리와 바퀴라는 매개물은 대상과의 접촉을 가로막고 둔화시키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동차가 달리는 동안 창 밖의 공간은 살해되고, 그 공간 속에서 살해되는 존재들에 대해서 자기도 모르게 무심해진다. 맨발로는 차마 밟고 지나갈 수 없는 생명체의 주검을 바퀴로는 얼마든지, 아무 감각 없이, 뭉개고 갈 수 있지 않은가. 그런데 이 실물감의 둔화나 마비가 곧 윤리적인 감각의 둔화로 이어진다는 데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일단 운전대를 잡고 도로에 나서면 프로그래밍된 기계 속에 앉아 있는 것처럼 누구도 그 무의식적인 살해의 속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2008년 5-6월호 통..

    욕심

    "... 사회적으로 사람을 인정하는 데 제일 쉽게 판단하는 기준이 그 사람의 소비생활입니다. 마을 공동체 안에서는 특별히 꾸미지 않아도 저 사람은 괜찮은 사람이라고 미리 다 알고 있으니까 관계가 없지만, 대중사회가 되면서 길에서 잠깐 스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판단할 기준이 그것밖에 없어요. 자기의 삶이 얼마나 행복한가 하는 것은 스스로의 내면적인 느낌에서 결정되는 것입니다. ..." (녹색평론 2008년 1-2월호 신년대담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 p.33) 누군가를 '괜찮은 사람'이라고 믿을 수 있는 배경에는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요소들이 개입할 것이다. '괜찮은 사람'이라고 믿는 것은 그이와의 관계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일시적인 꾸밈만으로 '괜찮은 사람'이라는 믿음을 주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잠..

    녹색평론 정기구독

    을 1년간 정기구독 신청했다. 정기간행물을 내 돈으로 정기구독하는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2000년인가, 밥을 굶을 각오로(!) 월간 을 정기구독한 적이 있다. 은 좋은 책이다. 여유가 있다면 가까운 지인들에게 선물해주고 싶다. '정보의 홍수'라고 하던가. 글과 영상, 이미지, 음성 등 다양한 형태의 메시지가 넘치는 시대다. 그러나 소위 '정보'는 넘쳐나지만, 성실한 성찰과 진지한 관점을 견지하고 있는 볼거리는 그리 많지 않다. 삶의 원리를 근본적으로 되돌아보게 만드는 글은 더욱 희귀하다. 온 세상이 '변화', '혁신', '개혁' 따위를 부르짖고 있지만, 정작 세상의 근원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위기'에 관한 지식과 정보는 많지만, 자신의 삶을 바꾸는 데에는 게으르다. 이 나의 나태와 변명을 엄하게 꾸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