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두나

    뜨거운 감자 - 시소

    영화는 없고 사운드트랙은 있다. 뜨거운 감자의 프로젝트 앨범 '시소'는 그래서 OST가 아니라 'IST'(Imaginary Sound Track)이다. 1번 트랙부터 10번 트랙까지 음악을 들으며 각자의 영화를 상상하게 된다. 자신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 예전에 보았던 어느 사랑 영화가 떠오를 수도 있다. 아니면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될 수도. 김C의 목소리가 이렇게 감미로웠나 싶고, 배두나의 짧은 나레이션도 감정선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시적인 가사는 앨범을 통째로 들어야 하는 중요한 이유다. 10개의 트랙이 모여 하나의 이야기가 구성되는 방식은 언니네 이발관의 '가장 보통의 존재'를 떠올리게 한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불현듯 연애를 시작하게 되고, 행복한 시간이 영원하리라는 믿음을 공유하다가, ..

    <괴물>-약자들의 연대

    *주의! 아래 글에는 영화 에 대한 스포일러가 가득합니다.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은 읽지 않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영화 은 장르로 따지자면 괴수영화에 속하겠지만, 분명히 정치적 영화다. 그것도 매우 정치적인 영화다. 미군이 한강에 방류한 독극물이 돌연변이 괴물을 탄생시켰다는 설정, 검증되지 않은 세균전 무기를 엄연한 주권국가인 대한민국 땅에서 멋대로 사용하는 뻔뻔한 미국. 이 정도 설정을 가지고 을 반미영화라고 딱지 붙이는 것은 오히려 민망한 일이다. 봉준호 감독의 국가와 공권력에 대한 조롱은 이미 에서 그 실력이 입증되었다. 은 '조롱'은 보여줬지만, 그 이후에 대해서는 별 말이 없었다. 은 조금 다르다. 아니 확실히 은 '조롱'에서 만족하지 않고 분명한 이야기를 한다. 나는 그것을 '약자의 연대'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