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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격차

<지식채널 e>를 보고나서 통계자료를 찾아보았다.
한국의 초중고 학생들의 77%가 사교육을 받고 있다. 학생1인당 월평균 28.8만원이 사교육비로 쓰인다. 한국에서 자녀들의 사교육비로 나가는 돈이 연간 20조원이다. 한국정부 한해 교육예산의 절반에 달한다.
서울 일반계 고등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37.5만원이다. 읍면지역에서는 7.9만원으로 거의 1/5 수준으로 떨어진다.
성적에 따라 사교육비도 차등이 있다. 상위 10% 학생들은 30만원, 하위 20% 학생들은 12만원을 쓴다.
굳이 통계를 뒤지지 않더라도, 지역이나 성적에 따른 사교육비의 차등이 있으리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생각할 수 있다.

더욱 무서운 진실은 사교육을 받지 않는 23%에 있다.
<지식채널 e>는 이렇게 말한다.

자녀에게 사교육을 시키지 않는 이유

월소득 5백만원 이상의 부모 :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형성하기 위해"
월소득 1백만원 미만의 부모 : "경제적 형편이 어려워서"

강남이나 대치의 '귀족학원'에 다니느냐, 그저 그런 동네의 그렇고 그런 학원에 다니느냐의 차이보다 더 무서운 것은 의식의 격차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빈부격차는 단순히 재산의 많고 적음을 나타내는 데 그치지 않는다.
부자들은 단순히 재산만 가진 것이 아니라, 이제 세련되고 품위 있는 의식까지 갖추게 되었다.
반면, 가난한 사람들은 의식의 품위는커녕 생존의 품위를 지키기에도 숨이 턱까지 차 오른다. 그래도 자녀에게 가난을 대물림하지는 않아야겠기에 잔인한 경쟁 게임에 자녀들을 참여시키고 '내 자식만은'이라며 이를 악문다. 그것이 '희망'이라고 믿기 때문에. 하지만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경쟁에서 승리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극소수만이 승리하고 절대 다수는 패배자가 되는 경쟁체계에 '희망'은 애초에 없는 것이다. 그러한 경쟁은 이미 절망 자체이기 때문이다.

빈부의 차이가 단순한 경제력 차이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 새삼 몸이 추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