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6년 후, 다시

- 순번 : 41
- 제목 : 소주 한잔 걸친 밤에..
- 작성 : 조원종
- 일자 : 2003-08-23 00:32:43
- 카운트 : 42
- 본문 :

흠..
회사에서 모종의 작전을 펼치려다 예기치 않은 장애물 때문에 작전시행을 내일로 연기하고 내 독립공간으로 기어 들어왔다. 저녁 식사를 하고, 노트북 토닥거리다 소주 한잔 생각나서 모 선배에게 수작을 부렸다. 내 수작에 '얼씨구나' 하고 고의로(?) 넘어온 모 선배와 만나 포장마차에서 닭갈비에 소주 2병 비우고 들어왔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든다.
직장생활이란 게 엿 같은 이유 중 하나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과 갈수록 멀어져 가게 하는 시스템이란 것. 세상에 자신의 밥벌이와 이상을 일치시키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개인의 이상과 근접한 밥벌이를 제공하지 못하는 이 빌어먹을 세상. 늘 밥벌이와 개인의 이상은 괴리되고, 결국 승리하는 밥벌이의 당위.
이상은 헛된 꿈. 결국은 타협하게 될 거라고. 결국 패배는 이상의 차지.
나약한 자의 넋두리라 치부해버리기엔 이러한 일이 이미 일상사가 되버리고 있지 않나.
하긴 강해질 필요는 있다.
모종의 밥벌이를 하며 이상을 실현해가는 사람들도 얼마든지 있기 때문. 희망이란 단어는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거다. 이 세상에 희망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단 한명이라도 있다면 이 세상은 결코 절망적이지 않다.
이를 악물고 해보자.
해본다는 각오는 이미 실패를 상정하지 않는다. 시도조차 포기하는 것! 그것만이 실패다.
우리! 해보자!
무엇이든!

- 조원종   맨정신(?)으로 생각해보니 꼭 이상과 밥벌이가 일치할 필요는 없을 듯. 문제는 이상을 향한 의지와 실행능력을 갖추는 것! 자자 다들 잘 해보드라고. 으라차차 2003-08-25 20:31:12


벌써 6년이나 흘렀다. 아등바등 살아왔으나, 손에 쥐어지는 것은 없고 가슴은 식고 머리는 복잡해졌다.
왜 후회가 없고 아쉽지 않겠는가. 다만 부정하지는 않는다.
사랑스런 나의 인생이니까. 그리고 나는 여전히 꿈을 키우고 있으니까.
이기는 일보다 지는 일이 다반사인게 인생인 것 같다. 사실 지는 것은 별로 두렵지 않다. 정말 두려운 것은 더 이상 꿈을 꿀 수 없게 되는 것이지.
그런 때가 있었다. 혁명가의 가슴으로, 학자의 머리로, 시인의 감성으로 사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 세상을 향해서든, 인간관계를 향해서든, 나 자신을 향해서든 그렇게 살고 싶다는.
그런데 혁명가의 가슴은 무모하고 순결주의적인 나약한 열정이 되었고, 학자의 머리는 차가운 아집이 되었으며, 시인의 감성은 오만한 취향이 되고 말았다. 학자의 머리가 필요할 때 혁명가의 열정을 들이대고, 혁명가의 열정을 보여야 할 때 학자의 머리로 행동하고 말았던 때가 한두번인가.

그래도 사소한 것에서 행복을 발견할 줄 아는 것. 내가 나름 이룬 것 중 하나다. 남들 보기에 보잘 것 없는 것일지도 모르나.
그저 뚜벅뚜벅 걷는다. 걸어야 길이 생기는 법이니까. 길이 생기면 다시 희망을 가질 수 있는 희망이 있는 것이니까.
사랑스런 나의 인생에 건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