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시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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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시맨

<오이시맨>을 광주극장에서 개봉한다는 말을 듣고 생각하고 자시고 할 것 없었다. 곧장 상영시간 확인하고 고고싱. 내가 영화를 좀 많이 보는 편인데, 한국에는 이케와키 치즈루와 비교할 배우가 없다. 그녀를 보고 있으면 내가 한국인임을 망각하고 '가와이~' 요러고 있다. ㅋ
많은 사람들이 '조제'로 기억하고 있는 치즈루상. <오이시맨>에서 '가와이'의 극상을 보여준다. 약간 맹한 듯, 4차원인 듯 하면서 천상 낙천적인 캐릭터. 영화에서 치즈루상의 패션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그녀를 보느라 눈 깜빡할 시간마저 아까웠다는 오바를 떨어본다. ㅋ 그녀가 몰고 다니는 소형차의 문짝 안쪽에 레이스가 달려 있는 거 보고 풉~ 뿜었다.

이민기와 치즈루가 첫 대면하는 장면. 첫 등장부터 '가와이'의 포스가 장난 아니었다.


치즈루는 따뜻하게 데운 사케 한잔을 들고 이 그네에 앉아 담배를 피운다. '국화꽃 향기'를 보고 나중에 꼭 나무그네 만들어야지 했는데, 이거 보고 꼭 백열전구 달아야지 했다.


극장 환경만 좀 나았다면 치즈루상의 매력에 풍덩 빠져 몽롱한 시간을 보낼 수도 있었겠으나, 극장 안은 좀 심하게 추웠다. 광주극장에서 덜덜 떨면서 영화 보는 게 한두번도 아니고, 불만을 가진 적도 없었지만, 오늘은 좀... 발꼬락이 시려워서 신발 벗고, 손으로 조물딱 거리면서 영화 봤다. ㅠㅠ
넓은 커플석을 차지해서 그나마 편히 발꼬락 마사지를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면 다행.

영화는 좀 평범했다. 힘들어 하는 청춘, 그리고 치유 또는 다시 시작. 뭐 이런 거.

2009년의 마지막 영화는 <차우>였다. 2009년 개봉작 중에 관객을 낚시질 했던 최고의 영화를 꼽는다면, <파주>와 <차우>가 단연코 공동 1위다. <파주>는 많은 사람들을 야동의 단골소재인 '형부와 처제의 금지된 사랑'으로 오해하게 만들었다. <차우>는 정말 의외다. 나는 출연배우나, 포스터를 보고는 그저그런 괴수영화겠구나 하고 보고싶은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그런데 2009년의 막바지에 보고났더니 이게 수작까지는 아니어도 허접한 졸작도 아니다. 뭐랄까 좀 기이하다고나 할까. 이건 그냥 괴수영화가 아니다. 봉준호의 <괴물>이 그랬던 것처럼. <차우>를 보고나서 봉준호 감독이 떠오른건 나 뿐일까? 도입부와 엔딩을 보면 봉준호에 대한 오마쥬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 같은 생각마저 든다. 어이없는 폭소가 터지게 하면서도 부조리를 꼬집는 유머가 남다르다. 이 유머가 별로 대중적이진 않을 것 같다. 보는 이에 따라 전혀 웃지 않을 수도 있다. 두번, 세번 보고나면 웃음이 팍 터질지도 모를 일이고.
여하간 <차우>를 보지 않고 2009년을 마무리했다면 굉장히 섭섭할 뻔 했다.

<오이시맨> 보고 와서 <차우> 이야기를 꺼낸 까닭은 정유미 때문이다. <차우>에 등장하는 정유미가 <오이시맨>에도 나온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 ㅋ
이민기의 집에서 '진심주'를 마시며 하얀 쌀밥을 안주로 먹는 장면 최고다. "살다보면 가장 단순한 게 좋아질 때가 오는 법이에요"

광주극장으로 가는 길에 혼자서 발음연습했다. '오.이.시.맨', '오.이.시.맨'..... 왜냐고? 자꾸 '오아시스맨'이 떠올라서. 매표소 앞에서 '오아시스맨 1장 주세요' 하면 좀 웃기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