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여성의 권리

3월8일. 여성의 날을 맞아, '낙태는 여성의 권리다'에 대하여 잠깐 학습하다.

무엇보다 낙태찬성은 생명경시이고, 낙태반대는 생명존중이라는 식의 이분법은 옳지 않다고 본다. 낙태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어미의 심정이 어찌 생명을 경시하는 행동일 수 있겠는가. 또 낙태를 불법화하여 낙태시술을 음지로 내몸으로써 임신여성의 생명을 위험하게 하는 일이 과연 생명존중인가.
국가를 비롯한 낙태반대론자들이 진정으로 여성과 태아의 생명, 행복을 소중히 여긴다면, 출산과 육아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책임을 함께 강조해야 이치에 맞다. 하지만 일단 낳고 보자는 식으로 일관하는 국가와 일부 낙태반대론자들을 보면, 그들이 진정 걱정하는 것은 재생산권에 대한 국가의 통제와 노동력 공급을 위한 적정한 인구증가가 아닌가 생각된다.
낙태는 여성의 권리이므로, 불법화해서 처벌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하면, 맘대로 낙태를 해도 좋다는 것이냐는 둥 당신 딸에게도 낙태를 시킬 수 있느냐는 둥 자다가 봉창 두들기는 소리를 하는 축들이 간혹 있다. 이 분들에게는 정중히 국어 공부를 권하고 싶다.

나는 자신의 몸과 관련된 자기결정권은 폭넓게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낙태와 더불어 임신도 여성의 권리라는 인식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대부분 임신은 남성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지만, 그래도 결정권은 여성에게 있으며, 남성과 가족은 그것을 존중해야 한다. 물론 남성이 여성에게 임신을 기대하는 것도 남성에게는 자연스러운 자기결정권이다. 하지만 이것은 여성에게도 동등한 자기결정권이 있음을 전제로 하는 것이지, 당연한 의무라는 식으로 생각할 수는 없다는 거다.

자기결정권 문제는 '내 몸은 내 맘대로'라는 식이나 개인의 자유 측면으로만 접근하는 건 위험할 수 있다. 자기결정권을 둘러싼 사회적 구조에는 편견과 차별이 켜켜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불평등한 사회구조에서는 데이트강간이나 부부강간의 대다수 피해자인 여성들에게 감내를 요구한다. 애인이나 남편이 여성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강제로 섹스를 했다는 폭력의 문제보다는 정작 피해자인 여성이 강간을 거부하지 못했다는 책임이 거론된다. 강도 피해를 당한 집에 집단속 못했다는 책임을 추궁하는 게 정당할까?
또 '내 여자'로 만들기 위해 고의로 피임을 회피하는 남성들이 용인되는 현실에서는 확실하게 피임하지 못한 여성의 불찰이 문제가 되어버린다. 편견과 차별이라는 사회적 맥락을 견지하지 못하면 결국 자기결정권은 그것을 지키지 못한 개인의 문제로 왜곡되는 것이다.

이런 문제들은 내 관심사 중 하나라서, 여러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고 배우고 싶긴 한데, 편하게 이야기 나눌 사람들도 없고 해서, 여러 사이트 돌아다니면서 글 찾아 읽는 일로 대충 때운다. 흠.